북한판 ‘야르스’ 화성-18형 비밀은?···은밀성·기동력 갖춰 ‘킬체인’ 무력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7.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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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고체연료·엔진 노즐에도 고성능복합재···기술수준 상당”
북 고체연료 ICBM 위협 현실화···美본토 기습공격 능력 과시
핵탄두 장착 가능한 ‘북한판 (러시아제)야르스’···한미에 큰 위협
북 ICBM판별법···“고체연료는 흰연기, 액체연료는 붉은연기”
“화성-18형은 러 ICBM 판박이···미사일 기술도 협력하는 듯”
“500㏏급 단일탄두나 150∼200㏏급 탄두 3발 탑재 가능해”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연합뉴스
[서울경제]

북한이 지난 13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2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고작 두 차례 시도에서 세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고도를 달성하며 사실상 고체 연료 기반 ICBM 개발에도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화성-18형은 최대 정점고도 6648.4㎞까지 상승해 거리 1001.2㎞를 4491초(74분51초)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 당시에는 고도가 3000㎞에 불과했다. 지난 3월 발사한 화성-17형의 정점고도 6045㎞, 거리 1000.2㎞, 4151초(69분) 비행을 뛰어넘는 기록으로 기술력이 상당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1차 시험발사 당시에는 첫 번째 시도인 만큼 의도적으로 설계 목표상 최대치를 구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1차 시험발사는 처음이다 보니 제한적으로 시도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1차 때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최대출력으로 최대사거리를 구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기존 화성-15·17형을 시험발사할 때도 1차 발사 때는 최대 고도보다 낮게 발사했다가 큰 문제가 없으면 최대출력으로 발사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화성-18형에 적용된 고체연료의 종류와 엔진 노즐부에 적용된 소재, 정점고도, 비행시간 등으로 볼 때 북한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기술이 상당히 도약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기습공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의 위협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이유다.

연합뉴스

북한이 사실상 고체연료 ICBM 개발을 완료했다면 한미 군 당국에는 큰 위협일 수 밖에 없다. 액체연료인 화성-17형은 사실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화성-18형은 얘기가 달라진다.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의 특성 때문이다. 구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을 모델로 개발한 북한의 화성 계열 미사일은 모두 액체연료를 이용한다. 발사 직전 연료 주입 시간이 상당히 필요한 탓에 정보당국에 쉽게 포착된다. 즉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으로 무력화한다는 킬 체인(Kill Chain)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이유에 북한이 그동안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15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140tf(톤포스·중량당 추력)급 추진력을 지닌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고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최단기간 내 또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예고하기도 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계열처럼 고체연료 기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ICBM보다 발사준비 시간이 짧아 탐지와 대응이 상당히 어렵다. 은밀성과 기동성이 뛰어나 생존확률이 높아 한미에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로켓엔진의 추력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대표적 ICBM인 ‘미니트맨-3’보다 큰 것이어서 주목된다. 엔진이 1.7배나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미사일방어망(MD)체계에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액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왼쪽) 화염은 붉은 반면에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오른쪽 하얀 색에 가까운 황색이다. /조선중앙통신

무엇보다 한국의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이 무력화할 소지가 높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고체연료 계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60여발이나 발사하며 엔진의 신뢰성을 검증해왔다.

미국이 보유한 고체연료 ICBM인 미니트맨3는 핵탑재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축을 구성한다. 사거리는 1만3000㎞에 달하고 미 본토에서 발사하면 30분 내 평양에 도달한다. 우리도 고체연료 현무 미사일이 있긴 하지만 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다.북한이 그간 보여준 ICBM 위력은 주일·괌 미군기지는 물론 미 본토까지 40∼50분이면 타격이 가능할 정도다. 사실상 화성-18형 개발 완료로 이제는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1만㎞ 이상의 고체연료 ICBM 위협을 갖추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북 미사일을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우리 군의 ‘킬체인’이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수 있으며, 미국에도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45∼55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20∼30개의 핵탄두는 조립을 마친 것으로 보여 ICBM에 핵탄두까지 탑재한다면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대출력 고체엔진 개발 완료시 콜드론치 방식으로 이동식 발사대 발사관에 장기간 탑재 상태로 작전대기가 가능할 것"이라며 "탄도미사일의 기습 공격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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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한의 ICBM 판별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북한이 공개한 화성-18형 2차 시험발사 사진을 보면 엔진부의 화염이 붉은빛을 띠며 치마 모양으로 넓게 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화염이 치마 모양으로 퍼지는 것은 고체연료 연소시 분출되는 화염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붉은 기가 도는 것은 고체연료로 성능이 좋은 NEPE(Nitrate Ester Polyester)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NEPE를 태우면 질산에스테르로 인해 화염이 붉은빛이다. 기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인 ‘북극성’ 시리즈에 사용된 HTPB(Hydroxyl-terminated polbutadiene)가 연소할 때는 하얀색 화염이 분출된다. 즉 화염 형태가 다른 것은 고체와 액체 연료의 점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체연료로 ICBM급 사거리를 내려면 출력이 좋은 NEPE를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NEPE를 고체연료 ICBM에 사용하고 있다.

또 화성-18형이 70분 이상 장시간 비행했다는 점에서 엔진 노즐목(Throat)에도 내열성이 강한 탄소-탄소(C-C) 고성능 복합재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고성능추진체인 NEPE 적용과 고성능복합재로 만든 엔진 노즐부 개발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진 것으로 상당히 빠른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13일 ICBM 화성-18형 발사한 곳은 대동강교에서 남쪽 5km 지점 강변 공터로 추정된다. 사진 제공=아산정책연구원

북한은 이번 시험에서 추진력 벡토르(벡터)조종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엔진에 ‘스러스트 벡터 컨트롤’(TVC)이라 부르는 추력방향제어 기술을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TVC는 북한 미사일 엔진에서 새로운 부분은 아니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올해 1월까지 보조엔진이 식별되다가 지난 10월 발사 때 주엔진 화염만 포착됐다. 추력 조절과 자세 제어에 사용하는 보조엔진을 없앴다는 것은 주엔진에 TVC 기능을 통합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화염 분사구(노즐) 방향을 바꿔 자세를 제어한다는 뜻으로, 구조가 단순해지고 무게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북한은 이번 시험을 통해 고체연료 엔진에도 TVC 기능을 적용하고 검증함으로써 향후 기술적·구조적으로 개선된 고체연료 ICBM이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사진상 새 엔진의 직경이 2m가량이고 길이는 비교적 짧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활용하면 길이가 24m에 달해 이동성과 생존 가능성이 낮은 화성-17형보다 실질적 운용성이 높은 ICBM을 제작할 수 있어 더욱 위협적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4월 4일 공개한 고체연료 사용 화성포-18형 첫 시험발사 직전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은 ‘북한판 야르스’를 목표로 개발된 다탄두 탑재형 ICBM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화성-18형은 단일 탄두 탑재형인 토폴-M을 다탄두 탑재형으로 성능개량·발전시킨 야르스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개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토폴-M은 러시아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개발한 3단 고체연료 엔진 ICBM으로, 야르스(RS-24)는 토폴-M의 다탄두 개량형이다. 화성-18형의 크기를 길이 23m 전후, 직경 2m 전후, 중량 55∼60t 정도로 추정된다. 전장이 22.5m인 야르스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다.

따라서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 기술 수준이 미국이나 러시아보다는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화성-18형의 발사중량 대비 탑재중량을 2% 전후로, 이는 55∼60t으로 추정되는 화성-18형에 1.1∼1.2t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화성-18형은 토폴-M과 유사한 500㏏ 위력의 단일 탄두나 야르스와 유사한 수준의 150∼200㏏급의 탄두 3발을 탑재할 수 있다. 500㏏급 핵탄두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15㏏)의 30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 27일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 준비에 동원된 야르스 ICBM. 연합뉴스

KIDA 신승기 연구위원은 “북한의 주장처럼 화성-18형이 정상궤도로 발사된 후 2단 추진 단계서부터 고각으로 궤도를 변경했다면 이는 북한이 미사일 방어체계의 탐지·추적·요격을 회피하기 위한 에너지관리 조종기법(GEMS)을 개발 중임을 시사한다”며 “중형 ICBM으로 예상되는 화성-18형 성능개량형은 메가톤(Mt)급 수준의 고위력 단일 탄두 또는 최대 5∼6발의 다탄두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개발하는 데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미국의 소리 (VOA)에 따르면,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쿠스 쉴러 박사는 북한의 “화성-18형은 3단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로 러시아 ICBM과 크기와 모습, 구성, 성능이 모두 같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관련 기술을 협력하고 있거나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역추적해 설계 기법 등의 자료를 얻어내는 역공학에 매우 유능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필요로 양국 간 미사일 분야 기술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게 쉴러 박사의 지적이다.

이 같은 협력의 움직임은 러시아가 북한에 곡물을 대량으로 수출한 사실에 반증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세관 당국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아무르주가 옥수수 2800t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최근 북한이 식량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러시아에 24종 이상의 무기·탄약을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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