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자산운용업 다음 테마는 자산배분"[인터뷰]
"회사 아닌 고객이 돈 버는 게 향후 과제"
"투자비중 미국 주식 대부분 가져가야"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이 얼마나 돈을 버느냐가 앞으로 국내 ETF 시장의 과제다. AUM(운용자산) 증가로 자산운용사가 돈을 버는 것은 회사의 문제다. 고객이 수익을 낸 결과로 운용사가 돈을 벌어야 한다."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가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시장 개설 21년 만에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한 ETF 시장에 대해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펀드나 ETF로 돈을 못 벌었다. (증시가) 오르내리는 것에 따라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적인 생태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코어(core·핵심) 전략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자산배분을 하고 위성(satellite) 전략에 시장의 테마나 전망을 따르는 투자를 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자산배분하는 투자를 하게 하고 투자자 교육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ETF를 국내 펀드시장에 처음 상륙시킨 자산운용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여년 전 금융당국을 직접 찾아가 ETF 도입 필요성을 설득했고, 2002년 10월 삼성자산운용에서 국내 처음으로 'KODEX 200'을 상장했다. 서학개미들이 많이 하는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를 2009년과 2010년 아시아 최초로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02년 순자산총액 3552억원(상장종목 4개)으로 첫 발을 뗀 ETF 시장은 21년 만에 100조원(733종목)으로 급성장하며 '국민 재테크'로 자리잡았다.
배 대표는 "100조원이 큰 숫자는 아니지만 상징성이 있다. 5개년 계획을 세우는데 항상 계획에 앞서 목표를 달성했다. 300조원 돌파도 2030년 전에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이 수요는 연금시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배 대표는 약 1년 반 동안 숨가쁜 행보를 보였다. 대규모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모든 ETF 브랜드 이름을 '에이스(ACE)'로 바꾸고 월 배당·반도체·테슬라 등 종목을 담은 한투운용의 특화된 다양한 ETF 상품들을 출시했다. 지난해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뒤 투자 전도사를 자처하며 베트남 투자 매력을 알리는 데에도 주력했다.
'배재규 매직'은 통했다. 한투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 비중이 연초 3.68%에서 지난 12일 4.96%로 올라갔다. ETF 순자산규모 역시 2조9033억원에서 4조9991억원으로 72.19% 늘었다. 상반기 채권형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902억원)와 압축형 ETF인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232억원)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투운용이 자체 개발한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펀드 시리즈는 모든 빈티지(목표 시점)에서 수익률 1위를 휩쓸었다.
배 대표는 주식·채권형 공모펀드 위주에서 TDF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비롯한 자산배분 상품과 ETF 상품으로 비즈니스 포커스를 변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이를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고 밑에서 물이 차오르는 단계'로 비유했다. 그는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기대 수준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20년 전 업계 1위 운용사였던 것처럼 기대 수준을 높여두면 언젠가 다시 1위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최근 OCIO 시장을 둘러싼 금융사들의 선점 경쟁이 뜨거워진 데 대해서는 "자산운용업 고유 영역을 지켜주지 않으면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면서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운용사가 설 자리를 잃으면 고객들의 돈은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관들로 향하게 되고 이는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피력했다.
한투운용의 ETF시장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40.39%)과 미래에셋자산운용(36.77%), KB자산운용(8.38%)에 이어 업계 4위다. '투톱'인 삼성과 미래에셋에 뒤쳐지지 않는 상품 라인업을 꾸려 단기간 내 10% 점유율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배 대표는 "상위 2개사는 주식형 상품 라인업을 많이 가지고 있어 시장이 오르면 순자산액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퍼스트 무버'(선도자) 효과라고 보면 된다"며 "시장은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점유율을 따라잡아야 한다. 혁신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일침했다.
회사 보다 고객이 수익을 내는 방식을 유지하면 점유율은 따라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 대표는 "상위 3개사가 타깃이 아니다. 자산운용사의 수익원은 AUM이지만 우리는 '빌딩 AUM(Building AUM)'이 아니라 '빌딩 트러스트(Building Trust)'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객과의 신뢰 쌓기가 중요하고 합리적인 방법이 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자산운용업의 다음 테마로 '자산배분'을 꼽았다. 배 대표는 "2차전지와 반도체 테마가 현재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트렌드는 항상 변화한다. 자산운용사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특정 테마 위주의 상품뿐만 아니라 자산배분에 집중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TDF와 채권 등을 코어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면,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와 같은 반도체 상품을 위성 자산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을 추천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장기·분산·저비용·적립식 투자' 원칙을 강조했다. 배 대표는 "자산배분과 분산투자, 투자해서 이익을 내는데 필요한 절대 조건은 시간이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투자하는 단기투자는 운이 좋으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니다"며 "투자 비중은 미국을 대부분 가져가야 한다. 코어에는 미국 주식을 대부분 두고, 한국과 일본 등 주식도 넣어야 한다. 중국은 안 봐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 전망에 의한 투자를 하게 되면 중장기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배 대표는 "전문가이지만 시장에 대한 전망과 예측은 하지 않는다"며 "2차전지나 반도체 종목 등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하는데 적정한 시기와 가격을 모르겠으면 조금씩 나눠서 사면 된다"고 조언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1961년생 ▲보성고·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89년 한국종합금융 ▲SK증권 ▲2000년 삼성자산운용(당시 삼성생명투신운용) ▲삼성운용 인덱스운용본부장, 패시브본부장, 패시브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 ▲지난해 2월~현재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박당한 채 강제 흡입"…'마약 양성' 김나정, 피해자 주장(종합)
- 성시경 "13년 전 조여정 처음 만나 키스신…조여정 그때 그대로"
- "하루만에 7억 빼돌려"…김병만 이혼전말 공개
- 이성은 "임신 후 주선자와 바람난 남편…외도만 4번"
- 이다해♥세븐, 한숨 쉬고 휴대폰만…무슨 일?
- 前티아라 류화영, 12년 만에 '샴푸갑질' 루머 해명…"왕따 살인과 진배없다"
- 박장범 KBS 사장 후보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하지 않고 '파우치'라고 해"
- "사진 찍으려고 줄섰다"…송혜교 닮은 꼴 中 여성 조종사 미모 보니
- "공개연애만 5번" 이동건, '의자왕'이라 불리는 이유
- 167㎝ 조세호, 175㎝ ♥아내와 신혼생활 "집에서 까치발 들고 다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