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긴급 수혈'·ENM '구원투수 투입'… 'K-콘텐츠 리더' CJ의 숙명
[편집자주]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CJ를 20여년 만에 식품·바이오 유통·물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까지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CJ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최대 위기에 놓였다. 이 회장은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10여년 만인 지난해 11월 CJ의 성장엔진 재가동을 위해 전 임직원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그룹의 목표로 '2030 월드베스트(World Best) CJ'를 내걸었다.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론 모든 사업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목표를 담은 비전이다. 이 회장은 4대 성장엔진으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을 선정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①'CJ 승계 핵심'은 올리브영?… 이재현의 큰 그림
②CGV '긴급 수혈'·ENM '구원투수 투입'… 'K-콘텐츠 리더' CJ의 숙명
③'K푸드 세계화 원조' CJ제일제당, 캐시카우 역할 이어갈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한국 문화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란 평가를 받는다. CJ의 문화사업은 1993년 CJ제일제당이 삼성으로부터 독립 분사한 후 사업 확장을 위해 뛰어든 시장이다. 멀티플렉스 도입으로 영화산업을 이끌어온 CJ CGV와 콘텐츠 기업 CJ ENM을 양대 축으로 그룹 문화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그룹 내 문화사업은 2020년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CJ CGV는 장기간 지속한 영업손실로 재무안정성이 악화했다. 3년간 영업손실(연결 기준) 규모는 ▲2020년 3887억원 ▲2021년 2414억원 ▲2022년 768억원 등이다. 올 1분기에도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부채비율은 ▲2020년 1413% ▲2021년 1156% ▲2022년 816% ▲2023년 1분기 912% 등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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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가 유례없는 지원에 나선 것은 이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정에 따른 결과다. CJ CGV는 1998년 강변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를 도입해 영화 관람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CJ 문화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국내 영화상영 시장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CJ CGV의 재무건전성 회복과 함께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CJ그룹의 문화보국 기업이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주사의 CJ CGV 지원 사격은 코로나 기간에도 이뤄졌다. CJ㈜는 2020년에도 CJ CGV 유상증자 참여(827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2000억원) 등 30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2021년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 사업 부문을 분할해 CJ CGV에 넘겼다. 이번 증자까지 포함하면 CJ는 3년간 CJ CGV에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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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CJ CGV에 대한 자금지원과 투자는 이 회장의 남다른 문화사업 열정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투자를 통해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사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1995년 제일제당 상무였던 당시 미국의 영화 제작·배급사인 '드림웍스' 설립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해당 투자는 제일제당의 매출 20%가 넘는 규모로 식품 중심 기업이었던 제일제당의 사업부문을 확대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사업회복에 따라 지난 6월 기존 A-(부정적)였던 신용등급 전망치가 A-(안정적)로 상향된 바 있다. 지주에선 이번 자본확충 이후 부채비율 대폭 개선, 차입금의존도 완화, 금융비용 경감 등 재무구조가 안정화되고 수익성이 회복된다면 A-(긍정적)로 등급이 상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사는 지난달 30일 "유상증자와 현물출자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 차입금과 신종자본증권 상환으로 회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점과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예상되는 점은 회사의 재무부담 완화에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해당 재원으로 본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중 2300억원과 차입금 1500억원을 상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CJ CGV의 3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자본확충 전 912%에서 297.7% 수준으로 대폭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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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은 올 초부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적자 사업부는 축소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부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그룹 내부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받는 구창근 엔터부문 대표가 취임한 것도 조직 재정비를 위한 수순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이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올 1월 영화·드라마사업본부, 콘텐츠제작본부, IP사업본부 등 9개 사업본부는 ▲영화드라마 ▲예능교양 ▲음악콘텐츠 ▲미디어플랫폼 ▲글로벌 등 5개 사업본부로 통합 개편됐다. 글로벌 사업과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CJ ENM은 글로벌 K-콘텐츠 수요 대응 및 해외 사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형국이다. 2월엔 tvN 예능 '서진이네'를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 한국 예능 최초로 유통했다. K-컬처 행사인 '케이콘'과 글로벌 음악 시상식 '마마 어워즈'를 고도화해 수익 극대화도 꾀하고 있다.
CJ ENM은 티빙을 '글로벌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파워하우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IP를 직접 보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수의 스타트업과 IT 기업의 성장을 견인해 온 80년대생 여성 리더를 영입했다. 자회사 티빙 신임 대표이사에 최주희 전 트렌비 비즈니스 총괄 대표, CJ ENM 엠넷플러스(Mnet Plus) 사업부장에 김지원 전 매스프레소 최고운영책임자를 각각 선임했다.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티빙의 콘텐츠부서를 통폐합하고 엠넷플러스는 기존 음악콘텐츠본부 산하에서 대표이사 직속으로 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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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이 2015년 경기도가 공모한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뛰어들었다. 2016년부터 추진한 사업은 당초 2018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수 차례 사업안이 변경되고 경기도의 최종승인이 늦어지면서 2021년 10월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CJ라이브시티는 일대에 추진 중인 아레나(원형 공연장) 신축공사를 위해 한화건설과 2000억원 규모의 도급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올 4월 아레나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상승 여파로 공사비용이 증가하면서 시공사와 공사비 조율에 나선 것이다. 오는 8~9월까지 설계변경 등 남은 조정을 완료한 뒤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CJ라이브시티 실탄이자 모회사인 CJ ENM의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목표했던 2024년 완공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CJ ENM은 그동안 라이브시티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채무보증 등으로 재정 지원을 해왔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지하 1층~지상 5층에 연면적 11만836.7㎡ 규모의 K팝 전문공연장으로 2만석의 실내좌석과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야외공간이 연계돼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CJ라이브시티가 완공되면 그룹의 문화사업은 영화, 음악, 공연 등 콘텐츠를 아우르는 복합문화 공간까지 확장된다. 이는 문화사업에 애착이 남다른 이 회장의 뚝심이 녹아있는 숙원사업이다. CJ라이브시티 건립 역시 CJ ENM 문화사업의 결정판으로 그룹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1억5000만 한류 팬들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이 되면서 향후 10년간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20만명의 취업 유발 효과, 매년 1조7000억원의 소비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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