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멘토가 세우는 롯데 안방 '10년 대계'..."노하우 아낌없이 알려주십니다"
[OSEN=조형래 기자]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십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을 앞두고 FA 포수 유강남을 4년 80억 원에 영입한 이유는 당장 뚜렷한 주전 포수가 없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독보적인 프레이밍 능력으로 투수진 안정화를 꿰하려는 것은 주전 포수 영입의 1차 목적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유강남에게 안긴 80억에는 강민호(삼성)가 떠난 이후 5년 동안 없었던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 포수' 역할을 하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주전 안방마님의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미래의 안방마님들이 성장하는데도 유강남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롯데는 보고 배울 선배 포수가 마땅히 없었기에 젊은 포수들의 성장도 더뎠다. '맨땅에 헤딩'을 하는 마음가짐으로 무작정 경기에 나서서 경험치를 쌓는 게 성장과 비례하지는 않았다. 정답이 아닐지라도 해답은 제시해줄 수 있고 설명해줄 수 있는 선배 포수의 존재는 어쩌면 롯데 구단의 장기적인 운영 방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었다.
주전 포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안방마님까지 설계할 시간까지 고려한 유강남의 영입이었다. 당장 타격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할지라고 그 외의 지점에서 롯데가 왜 유강남을 영입했는지 확인 되고 있다.
롯데는 주전 유강남-백업 손성빈 체제로 전반기를 마쳤다. 2021년 1차 지명된 대형 포수 유망주로서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곧바로 1군에 합류한 손성빈은 벌써부터 모든 야구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송구 능력을 바탕으로 도루 저지율 100%(4도루시도/4저지)를 과시하고 있다.
확실한 강점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 받을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나 손성빈 스스로도, 그리고 코칭스태프도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최경철 배터리코치는 올해 손성빈의 '말년'에 선발 출장한 경기들을 챙겨보고 지켜봤다. 그는 "원래 갖고 있는 능력이 좋은데다가 상무에서 경기도 많이 나가면서 도루저지율도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를 치를 때도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를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재능은 인정하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최 코치의 눈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그는 "일단 공을 잡는 것을 보완해야 한다. 기본적인 프레이밍 기술이 다소 아쉽다. 이 기술을 보완하려면 훨씬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손성빈은 자신을 더 낮췄다. 그는 "전 모든 게 부족하다. 부족한 부분 밖에 없다"라면서 "제 것을 모두 내려놓고 최경철 코치님이 만들어주시고 알려주시는 것을 그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좋은 자세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알려신다. 당근과 채찍을 잘 주신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최 코치는 손성빈의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는데 웃으면서 능글 맞게 하는 것을 보면 아주 좋다"라고 흐뭇해 했다.
이러한 능글맞은 성격이 유강남과의 시너지와 케미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는 게 최 코치의 생각이다. 그는 "(유)강남이가 좋은 포수다. 블로킹 프레이밍 투수리드 모두 좋은 포수다. 강남이를 보면서 (손)성빈이도 '나도 저렇게 해야한다'라는 이미지를 그렸으면 좋겠다"라며 "좋은 포수가 있기 때문에 성빈이의 성장도 더 빨라질 수 있다. 강남이도 성빈이를 잘 이끌어주고 있고 든든하게 있으니까 너무 고맙다"라고 전했다.
손성빈도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려는 대선배의 모습에 더욱 믿고 따르려고 한다. 그는 "사실 그동안 야구를 생각없이 봤다. 하지만 전역하고 최경철 코치님과 강남이 형의 조언을 듣고 야구를 생각하면서 보기 시작했다. 강남이 형이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니까 배우고 느끼는 게 많은 것 같다"라면서 "강남이 형은 제가 경기에 나가면 박수도 많이 쳐주고 잘했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 그리고 밥을 사주시면서 많은 조언들을 이해하기 쉽게 해주신다. 강남이 형이 본인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고 계신다"라면서 선배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멘토링 비용이 비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가 포수 문제로 그동안 허비했던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포수진의 안정, 그리고 향후 안방의 10년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면 이 비용이 절대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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