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승계 핵심'은 올리브영?… 이재현의 큰 그림

연희진 기자 2023. 7. 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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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CJ그룹의 또 다른 기회… 돌파구 찾는 이재현] ①매출·수익 다 챙겼다… 공정위 조사 관문 남겨

[편집자주]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CJ를 20여년 만에 식품·바이오 유통·물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까지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CJ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최대 위기에 놓였다. 이 회장은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10여년 만인 지난해 11월 CJ의 성장엔진 재가동을 위해 전 임직원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그룹의 목표로 '2030 월드베스트(World Best) CJ'를 내걸었다.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론 모든 사업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목표를 담은 비전이다. 이 회장은 4대 성장엔진으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을 선정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사 게재 순서
①'CJ 승계 핵심'은 올리브영?… 이재현의 큰 그림
②CGV '긴급 수혈'·ENM '구원투수 투입'… 'K-콘텐츠 리더' CJ의 숙명
③'K푸드 세계화 원조' CJ제일제당, 캐시카우 역할 이어갈까

1953년 설탕 회사로 출범한 CJ는 2023년 기준 공정자산총액 40조6970억원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재계 순위 13위에 올라있다. 설탕, 밀가루를 만드는 식품회사에서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현재 K-푸드와 K-컬쳐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독립하며 현재의 CJ를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복장 자율화, '님' 호칭 통일 등을 통해 CJ를 '젊은 그룹'으로 만든 것도 이 회장의 작품이다. 최근까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순항하던 CJ는 경영환경 급변 등으로 인해 현재 재정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이 회장은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CJ그룹의 지배구도는 단순하다. 오너가가 지주사인 CJ주식회사(이하 CJ) 지분을 보유하고 CJ가 그 밑으로 계열사를 두고 있는 형태다. CJ그룹의 핵심 사업은 ▲식품 ▲엔터·미디어 ▲물류·유통 ▲바이오 등으로 나뉜다. 식품은 CJ제일제당이, 엔터·미디어는 CJ ENM과 CJ CGV가, 물류·유통은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이, 바이오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중심에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는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다.


재계가 주목하는 올리브영



올리브영은 CJ그룹의 새로운 유통 사업군을 대표하는 계열사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를 넘어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상장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적절한 시점에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의 상장이 기대를 모으는 것은 먼저 CJ 계열사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올리브영의 매출은 ▲2020년 1조8739억원 ▲2021년 2조1192억원 ▲2022년 2조7809억원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알짜배기 계열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올리브영의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하며 CJ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5.5%)을 앞섰다. 실제 올리브영의 영업이익은 ▲2020년 1002억원 ▲2021년 1378억 ▲2022년 2714억원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0년 5.3% ▲2021년 6.5% ▲2022년 9.8% 등으로 치솟고 있다.

올리브영의 상장은 그룹 승계 작업의 중심에 있다고 평가된다. 이 회장의 두 자녀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와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함께 지분을 갖고 있는 유일한 계열사여서다.

이들 남매가 올리브영의 대주주가 된 과정은 복잡하다. 올리브영은 2002년 CJ주식회사에서 분사된 후 2014년 그룹 계열사인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합병됐다. 2019년 CJ올리브네트웍스는 헬스앤뷰티 사업부를 다시 인적분할했고 올리브영은 독자적인 법인이 됐다. 이 과정에서 CJ시스템즈는 내부거래로 성장을 거듭하며 덩치를 키웠다. 2014년까지는 CJ가 올리브영의 지분을 100% 갖고 있었지만 지분 교환 및 합병 전 이 회장의 증여 등을 통해 남매는 올리브영의 대주주가 됐다.

두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 이후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 지주사인 CJ 지분을 매입하거나 증여세를 마련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경후 경영리더와 이선호 경영리더의 CJ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각각 1.47%, 3.20%에 불과하다. 그동안 남매는 CJ 신형 우선주 매입에 집중해왔다. 신형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주가가 싸고 배당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우선주 매입은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개 기업 승계 수단으로 꼽힌다.



공정위가 주시하는 올리브영



서울 서대문구 올리브영 신촌타운점. /사진=장동규 기자
외형 확장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올리브영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시장 상황만 나아지면 'IPO(기업 공개) 대어'로 주목받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하지만 올리브영에게도 걸림돌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올리브영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로 아직 '진행형'이다. 2019년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원 부과 결정을 내렸다. ▲사전에 납품업체와 반품 가능 품목으로 약정하지 않은 직매입 상품 약 57만개(약 41억원)를 '시즌상품'이란 이유로 부당하게 반품하고 ▲납품업체의 서면 요청 없이 종업원 559명을 파견받아 자신의 사업장에 근무토록 하면서 종업원 인건비 부담하지 않는 등의 행위가 문제로 지적됐다.

올 초 공정위는 다시 올리브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자사 납품업체가 경쟁사와 계약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4월쯤 올리브영에 심사보고서를 전달했고 의견을 요구한 상황이다.

올리브영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H&B 스토어'라는 시장은 규모도 작고 공식적으로 분류된 시장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과거 랄라블라나 롭스 등 H&B 스토어라고 불리는 업체들이 경쟁사로 꼽혔지만 당시에도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소매업체에서 화장품을 판매해 왔다는 설명이다. H&B 스토어가 아닌 화장품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살피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국내 화장품 소매시장은 면세·역직구 판매액을 제외하고 18조원 규모로 추정된다"며 "2022년 올리브영 매출은 2조7000억원대로 13~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사건처리 절차는 ▲신고 또는 직권인지 ▲사건심사 ▲위원회 심의 및 의결 ▲시정조치 등의 순이다. 아직 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만큼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리브영에 심사보고서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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