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뭐?’ 장우성·김진용 PD “오래된 문구점 같은 프로 될래요” [인터뷰]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장우성(39), 김진용(38) PD는 지난달 초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문구점을 떠올렸다.
문구점처럼 비록 최신 유행의 중심지는 아니어도 정겹고 푸근한 매력으로 누구에게나 반가운 마음을 안기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한 생각이었다.
실제 오래된 문구점에서 ‘문방구 특집’을 촬영하면서는 “그래, 이거야!”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15일 공개된 방송에서 방송인 유재석, 하하, 이미주, 모델 주우재, 배우 이이경, 박진주는 폐업을 앞둔 문구점의 영업사원으로서 동네 주민들의 다양한 추억들을 끄집어냈다.
장우성 PD와 김진용 PD는 최근 스포츠동아에서 만나 “오랫동안 시청자의 곁에 머물면서 다양한 추억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다”면서 “박수 치는 시청자가 한 명이라도 남아있다면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Q. 지난달 2주의 재정비를 거쳐 1일부터 다시 방송 중이다. 소감은 어떤가. 김진용(이하 김) “방송을 재개하기 전까지는 엄청나게 떨렸는데, 방송을 하고 나니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샘솟아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마음이 커요. 지금껏 해왔던 색깔을 그대로 잇되, 약간의 변화를 주자는 의미에서 재정비 기간을 가졌기 때문에 거창하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요즘 시청자들은 힘을 주면 ‘올드한데?’라며 귀신같이 알아채니까 되도록 힘을 빼는 방식으로, 천천히 방송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Q. 정준하, 신봉선이 빠진 대신 주우재를 투입했는데.
장우성(이하 장) “4월 ‘제주 한 끼’ 특집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데, 그날부터 자꾸만 ‘저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원래는 다른 멤버를 영입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우재 씨가 거리낌 없이 장난을 치면서 ‘OB’ 팀과 ‘YB’ 팀의 균형을 단박에 깨는 게 눈에 보였죠. 이경 씨와 미주 씨, 진주 씨마저 묶여 있던 줄에서 풀려나 뛰어노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재 씨야말로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첫 단추라는 직감이 와서 곧바로 새 멤버로 섭외했습니다.”
Q. 체질 개선의 방향은 무엇인가. 김 “멤버들의 ‘케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버라이어티 예능’이라고 하는 야외 예능프로그램의 약점이자 강점이 일정한 틀이 없는, 가둬놓지 않은 포맷이라는 거잖아요. 그 유동성을 연결시켜서 입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주어진 미션에 심드렁해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나가고, 선배들 앞에서도 솔직하게 할 말 다 하는 주우재 씨의 캐릭터가 시작의 발판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유재석을 비롯한 선배급들이 후배들 앞에서 연신 당황스러워하는, ‘구도의 전복’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낼 겁니다.”
Q.프로그램의 ‘중심’인 유재석의 반응은?
장 “저랑 김 PD는 ‘끝까지 가자’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어떻게든 화제 반열에 올리려고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왜 우리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는 시청자보다 이미 떠나간 시청자의 등을 돌리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 길로 유재석 형님께 찾아갔죠. 제 말을 듣자마자 ‘그 말이 딱 맞다. 우리가 중요한 걸 놓칠 뻔했다. 많은 생각들에 휘둘리지 말자’며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요즘의 후배 중심 구도에도 만족해하고 계세요. 멤버 모두가 사랑을 받아야 프로그램이 잘 되는 길이라면서 지금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Q.프로그램에 대한 비전을 본 계기는? 김 “2021년 11월부터 프로그램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내내 관찰 예능 포맷을 거쳤어요. 사실 ‘놀면 뭐하니?’에 처음 합류할 시점에는 큰 기대 없이 들어왔어요. 관찰 예능을 만드는 게 재미있었고, 버라이어티 장르를 즐겨보지도 않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올드한 포맷’이라고 생각하는 쪽이었죠. 그런데 TV를 보다가 문득 ‘이런 프로그램이 아직도 있네?’ 싶은 콘텐츠가 참 귀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작품들이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도 발을 버티고 서 있는 프로그램들이 애틋하게 다가왔죠. ‘놀면 뭐하니?’의 가치가 바로 거기서 나온다는 깨달음이 생기자 애정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버티다보면 다시 이 포맷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나타날 시기가 올 거라는 믿음이 생긴 거죠.”
장 “2021년에 내놓은 넷플릭스 콘텐츠 ‘먹보와 털보’를 끝마친 후에 유재석 형님께 인사를 했더니 ‘돌아와야지’라고 넌지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유재석 형님은 ‘무한도전’ 시절부터 10년이 넘도록 토요일 오후 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건데, 그게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른바 ‘장수 프로그램’들이 정말 대단하게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이 오더라도 한 번 해보자’는 욕심이 새롭게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지난해 8월에 팀에 다시 합류했고, 이제는 메인 연출자로서 나름대로 ‘작은 혁신’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Q. 프로그램이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나.
김 “요즘에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 가보면 겉모습은 옛날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안에는 요즘 유행하는 학용품이나 간식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요. 옛날과 지금이 오묘하게 섞여있죠. 그게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램과 자신의 삶을 엮어서 추억해주는 시청자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Q. 지상파 예능 PD로서 생각하는 ‘예능’이란?
김 “최근 이경규 선배께서 같은 질문에 잠깐 고민하시더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올해 최고의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예능 소재로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현실과 이상이 점점 벌어지면서 슬플 때도 있어요. 하지만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만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꾸준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우리만의 승부수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경쟁력을 키우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이죠.”
장 “언젠가 래퍼 타블로 씨가 강연에서 ‘사람들은 SNS에 진지하고 슬픈 것보다 웃기고 재미있는 것을 더 많이 공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것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말이 오래도록 머리에 맴돌아요. 웃음과 재미야말로 자생적으로 점차 퍼져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예능의 근본 아닐까요. 우리는 그 힘을 믿고, 최대한 재미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뿐이죠. 정말 끝까지 해볼 거예요. 우리는 길게 갈 겁니다. 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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