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텐트폴 첫 타자! ‘비공식작전’이 보여준 아는 ‘매운 맛’의 힘 3가지 [SS무비]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1986년 내전이 한창이던 중동 국가 레바논.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대한민국 외교관 도재승 서기관은 출근 도중 무장 괴한에 납치됐다. 도 서기관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건 무려 1년 9개월만이다.
영화 ‘터널’(2016)로 폐쇄된 터널에 갇힌 한 가장의 극한 생존기를 그려냈고 넷플릭스 ‘킹덤1’(2019)으로 좀비 떼에 쫓기는 민초들의 삶을 표현했던 김성훈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비공식작전’의 시나리오에 ‘극한의 상황’과 ‘추격’이라는 자신의 장기를 첨가했다.
‘터널’에서 함께 한 하정우, ‘킹덤1’의 주지훈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공교롭게도 두 배우는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똘똘 뭉친 세 남자의 ‘아는 맛’ 호흡은 한층 깊어진 ‘매운 맛’으로 진화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올 여름, 텐트폴 첫 주자인 ‘비공식작전’만의 매운 맛을 분석했다.
‘비공식작전’의 힘은 단연 하정우, 주지훈 두 남자의 호흡이다. 하정우는 흙수저 출신 외교관 민준을, 주지훈은 레바논의 유일한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로 분했다. 미주, 유럽은 일명 ‘라인’을 탄 외교관들만 발령받는 현실의 쓴맛을 자각한 민준은 우연히 실종된 동료가 보내온 구조신호 전화를 받게 된다.
하지만 구조작전은 말처럼 쉽지 않다.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서 공항 경비대원에게 쫓기다 우연히 만난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는 말 그대로 ‘바가지의 달인’이다. “바쁘다”며 손사래를 치다 “300달러, 따따블”이라는 말에 바로 안면을 바꾸는 등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인물이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이 영화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1987’,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등을 통해 80년대 한국 40대 남성의 생활상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줬던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에서도 그 시절 한국 공무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민준은 승진에 목숨을 걸지만 자신이 배달하는 몸값을 지키기 위해 잘 때까지 가방을 껴안고 자는 고지식한 면모도 있는 사내다. 서슬 퍼런 안기부 앞에서 다소의 ‘뻥튀기’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협상력, 위기의 상황에서 구조요청을 할 줄 아는 결단력 등 민준의 다채로운 모습이 하정우를 통해 스크린에 펼쳐진다.
주지훈은 시선을 강탈하는 현란한 노란 셔츠를 입고, 외계어같은 아랍어 연기에 영어, 불어까지 소화해내며 사기꾼같은 택시운전사 연기를 경쾌하고 여유있게 소화해냈다. 누가 봐도 어려보이는 판수가 민준을 향해 “몇 살? 난 49년생 소띠”라며 연장자 노릇을 하는 모습부터 웃음이 터져 나온다.
힘을 쭉 빼고 건들대는 사기꾼 판수 연기는 주지훈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능청스럽다. 한 사람이 힘을 주면 다른 사람이 힘을 빼는 두 사람의 찰떡호흡은 단연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80년대 레바논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촬영은 모로코에서 이뤄졌다. 굽이굽이 좁은 골목을 가로막는 평화로운 양떼들,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낮은 건물들, 건물 너머 펼쳐진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빚어내는 이국적인 풍광은 영화의 볼거리를 더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당시 레바논은 내전이 이어져 멀쩡히 길을 가다 폭탄테러를 당하거나 납치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도시다. 민준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무장단체와 들개, 양쪽에 쫓기는 ‘개고생’을 사서 한다. 건물을 탈출하기 위해 부실한 사다리를 옆건물 옥상에 올려놓은 뒤 다른 사람을 업고 아슬아슬하게 건너기도 하고 전깃줄로 몸을 묶고 옥상에서 건물 밑으로 내려오는 기인 열전도 펼친다.
판수의 벤츠 택시는 사막의 비포장도로에서는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고 사이드미러가 파손될 정도로 좁디좁은 레바논 시가지의 골목에서도 달린다. 추격자들을 피해 좁은 골목으로 도망갔던 판수의 차가 골목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순간 가속 페달을 마구 밟아대는 그의 긴장이 스크린 너머까지 전달된다.
‘터널’에서 터널에 갇힌 생명보다 고위공직자의 인증사진이 우선인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킹덤1’에서 역병(좀비 떼)이 번지는 가운데 자신만 살고자 하는 위정자들의 위선을 꼬집었던 김 감독은 ‘비공식작전’에서도 80년대 한국사회의 우울한 정치상황을 묘사한다.
권력을 쥐고 있던 안기부와 사건해결을 통해 치적을 쌓고 싶은 외교부의 힘겨루기, 국민의 안위보다 88서울올림픽 무사 개최가 우선인 국가 수뇌부의 모습은 씁쓸함을 안긴다.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 그리고 재외동포를 지키는 것도 결국 우리 국민이었다는 결론은 진부하지만 묘한 감동을 전한다. 김감독이 가장 잘 아는 ‘아는 맛’의 매운 버전이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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