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노동개혁 성공, 일자리에 달렸다
그런데 현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조 바로 세우기만 부각되고, 고용전략이 드러나질 않는다. 법치,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 모두 필요성이 인정되나,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기여한다는 것인지 설명이 부족하다.
노조 불법행위 때리기를 천만 관객 영화처럼 시리즈로 이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적폐 청산과 같이 법치도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노동제도를 바꾸는 것은 그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반대 목소리만 부각되고 여론의 기대와 관심은 금방 사그라든다. 순식간에 동력을 잃어버린 근로시간 유연화가 좋은 예다.
복잡할수록 본질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핵심은 경제와 일자리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청년구직자 등에게 절실한 것은 최저임금, 부채 탕감, 채용 등 구체적인 어려움 해소책이지, 요란한 홍보나 기득권 노조의 반대 투쟁 모두 관심 밖이다. 개혁된 노동의 모습이 고용에 도움되지 않으면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용동향이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고용률(62.2%)과 실업률(3.0%)이 각각 사상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는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고, 청년층은 8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장년층 내에서도 온도 차가 크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동수요 감소로 재취업이 어렵고, 65세 이상자는 연금소득 미성숙을 커버하기 위해 주변 노동시장을 맴돈다.
고용과 노동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제시한 ‘신고용 전략’을 보면 고용전략이 곧 노동개혁이다. OECD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고용률 제고를 강조하면서, 정규직의 경직성은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안전망은 강화하는 ‘유연안정성’을 제시했다.
노동이 유연해야 고용이 안정된다. 고용이 없으면 근로조건과 노사관계도 없다. 개혁의 나침반은 고용을 저해하는 획일적 규제의 경직성 타파에 자침(磁針)을 맞춰야 한다. 고용, 임금, 근로시간의 경직성은 정규직 내부자에게는 잠시 방패가 될 수 있겠으나, 외부자에게는 차별적인 진입 장벽이다. 일할 자유를 억압하며 노동의 기회와 과실을 독점하는 담합은 혁파돼야 한다.
시장에서 일거리가 만들어지는데 방해되는 낡은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도 걷어내야 한다. 인력 운용과 일하는 방식, 보상체계를 환경변화에 맞춰 신속하고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없는 무임승차자 보호는 공정이 아니다. 노동력이 부족해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하면서 내국인은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묶어놓는 것도 불합리하다. 과반수 노조가 승인하지 않으면 인력 재배치와 취업규칙 변경이 사실상 불가한 현실도 달라져야 한다.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노사는 이에 걸맞은 세칙과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기회균등위원회(EEOC)와 같은 ‘고용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해 차별을 바로 잡고, 기업 간 협력을 가로막는 불법파견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
근로의욕을 약화시키는 실업급여와 최저임금의 연동 고리를 끊고, 고용보험을 취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고용정책 전달체계의 3축인 고용정보(고용정보원), 직업훈련(산업인력공단·폴리텍대학·기술교육대학), 취업알선(고용센터)은 사람·조직·업무의 일대 혁신이 시급하다.
노동은 고용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그 이름에 걸맞게 노동개혁과 고용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다. 여론의 지지는 홍보기법이 아니라 고용 성과에 달려있음을 기억하라. 노동개혁은 고용전략과 만나야 한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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