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 속 우크라 찾은 尹… 전시국 첫 방문에 담긴 의미는 [尹, 우크라 전격 방문]
키이우서 단독·확대 정상회담 후 오찬
대통령궁 인근 전사자 추모의 벽 헌화
“대한민국의 가치·책임외교 실천 기조
아시아 넘어 유럽 현안으로 적용 확장”
우크라 재건사업 참여 명분 강화 행보
정상회담서 살상무기 지원은 언급 안해
민간인 학살현장 둘러보며 변화 관측도
긴박했던 극비 방문 막전막후
취재진에도 우크라 출발 2시간 전 알려
급박한 전황에 최소한의 수행단만 대동
윤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항공·육로·기차 3가지 교통편을 섞어 14시간을 이동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지난해 러시아군의 점령기간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현장을 먼저 둘러보고, 성 앤드루 성당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자로부터 인명피해와 러시아군의 대학살, 폭격 현장이 담긴 사진 관련 브리핑을 들었다. 이어 러시아군의 총공세로 도시의 70%가 파괴된 이르핀시 방문을 마치고 수도 키이우로 향했다. 대통령궁 인근의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식환영식, 단독·확대 회담을 한 뒤 정상 부부 간 오찬을 진행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직접 안내를 받으며 11세기 건축물인 소피아 성당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우크라이나 국립 아동병원에 들러 치료 중인 아동과 그 가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현지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K팝에 관심을 갖는 환아를 보며 “우크라이나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아동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키이우 아동인권보호센터를 방문했다. 전쟁 초기 러시아에 납치됐다가 힙겹게 귀환한 300여명의 아동이 치료받고 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들은 성적 학대나 우크라이나 정체성 지우기 교육을 받았고 러시아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선전 활동에 이용되기도 했다”며 “중대한 인권 탄압과 아동 학대가 자행돼 국제형사재판소가 러시아 지도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 센터의 한 아동은 지뢰폭탄탐지견(犬)이 어린아이를 이끌고 가는 모양의 스티커를 김 여사의 손목에 붙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예고에 없던 우크라이나 방문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같은 국제회의에서 간접적으로도 우크라이나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몸소 눈으로 현장을 확인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평가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외교, 책임 외교의 실천 기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글로벌 현안에 적용돼 긴밀하게 연대한다는 명분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집중호우가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14일)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문 기회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없을 것으로 봤다”며 “당장 한국으로 뛰어가도 (호우 피해)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기에 (현지에서) 수시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학살·폭격 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비살상 무기 지원 금지 원칙을 계속 고수할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확대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살상 무기 지원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 지원 확대와 관련해 방탄복, 헬멧 등 군수물품만 거론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외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 기자가 아닌 분은 나가 주세요. 지금부터 앞으로 2박을 더 하셔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오늘 밤 새벽 2시까지가 가장 위험한 시간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통신을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14일 저녁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을 모아 놓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알렸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출발하기 2시간 전이었다. 폴란드 방문 마지막 날이었던 만큼 취재진은 호텔 체크아웃과 개인 짐 반납 등의 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오래전 방문 요청을 받은 사실을 알리며 “경호·안전 문제와 방문 필요성을 놓고 고심 끝에 입장을 정했고 윤 대통령이 결심하면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한했고, 이번 순방 직전에도 우크라이나 측의 초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됐다. 하지만 국가 정상의 신변 안전과 경호 문제가 녹록지 않아 순방 막판에 이르러서야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항공, 육로, 기차를 번갈아 이용하는 과정에서 노후화된 철로를 달리며 험난한 여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군의 자폭 드론 공격 등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최소한의 수행단을 대동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의전비서관실 소속 통역, 경호처 경호관들 정도로 제한됐다. 현장 취재도 대통령실 소속 사진·영상 담당 직원들의 전속 취재로 대체되면서 이번 순방에 동행한 취재진은 모두 바르샤바에 남았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바르샤바대 연설을 마쳤던 14일 오후 4시40분 이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향한 뒤 16일 새벽 바르샤바로 돌아와 귀국길에 올랐다.
바르샤바=이현미 기자, 구현모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