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낙제에 주가 폭락... 흔들리는 강원랜드
이삼걸 사장 유럽 출장 한번에 8600만원...방만 경영’ 지적
기재부 “사회적 책임 소홀”...올해 주가 28% 하락
2분기도 부진 추정...지역사회에선 이 사장 퇴진 요구 거세
창립 25주년을 맞은 공적 카지노 기업 강원랜드가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역대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이삼걸 사장을 향한 퇴진 압박까지 이어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강원랜드의 주가는 1만7140원에 마감됐다. 전일보다 0.17% 하락했고, 연초(2만3900원)와 비교하면 28.3% 하락했다. 업계에선 회사 내외부에서 도는 위기감이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원랜드는 지난 5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2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6개 평가 등급 중 두 번째로 낮은 ‘미흡’에 해당하는 것으로, 역대 최하 등급이다. 앞서 강원랜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C등급을 받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도 지켰던 C등급이 무너진 이유는 정부가 강원랜드의 경영관리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의 경영관리 계량 총점은 79.179점으로 전년(81.295점)보다 2.116점 하락했다. 주요사업 계량성과 총점도 24점 만점에 20.138점으로, 전년(21.936점)보다 낮아졌다.
업계에선 강원랜드가 낙제점을 받은 이유로 ‘방만 경영’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강원랜드는 전 정권에서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한 이삼걸 대표이사 사장 및 경영진에 대한 자질 논란이 있었다.
또 호화 출장과 호화 이사회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4월 이 사장은 수행원 7명과 함께 유럽 3개국 출장 비용으로 8600만원을 썼다. 이어 6월 열린 이사회에선 개최 비용으로 1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카지노 운영에 차질을 빚으며 2년간 3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와중에 발생한 지출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기획재정부도 이번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획재정부는 강원랜드와 한국철도공사(E등급)를 언급하며 “비위행위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강원랜드의 매출은 1조2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7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기조에 접어든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81억원, 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성장했지만,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5%, 영업이익은 44% 감소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2분기 실적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키움증권은 이 기간 강원랜드 카지노 방문객 수가 약 58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줄고, 드롭액은 1조33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드롭액이란 손님들이 카지노에서 칩을 구매한 총금액인데, 강원랜드는 우수고객(VIP)의 방문 및 드롭액 회복이 정체된 상황이다.
이유는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가 저조해서다. 강원랜드는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로 법적 보호를 받으면서도 서비스 경쟁력 향상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해 코로나 기간 온라인과 해외 사설 카지노로 이동한 VIP 고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4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미흡’을 받았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스(Mass·대중)의 수준 높은 회복이 있지만, 리오프닝(경제 재개) 이연 수요 효과는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VIP의 구체적 반등이 없다면 실적 개선 속도는 다소 무뎌질 전망”이라며 강원랜드의 올해와 내년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강원랜드 안팎에선 이 사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 사장은 관광산업에 경험이 없는 비(非)전문가로, 2021년 취임 후 줄곧 자질 논란에 시달렸다. 그는 행정안전부 2차관 출신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지만, 강원랜드를 기반으로 경제 활동을 펼치는 지역민들은 그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강원랜드 인근 폐광지역 4개 시·군 단체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창립 후 첫 D등급, 주가 역대 최저 등 현재의 위기는 강원랜드 사장의 무능·무지·무통의 결과”라며 이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업계에선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로 경영평가 D등급 이하를 받은 공공기관에는 경상경비가 삭감되고,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온라인과 불법도박장 등으로 VIP들이 옮겨가면서 코로나 전만큼 회복이 안 되고 있다”며 “서비스 개선 및 시설 확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나, 매출총량제 등으로 인해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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