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흔들기… 국내 승강기 '생태계 붕괴' 불 보듯
17일 업계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2차례에 걸쳐 총 14만8807주를 매각하며 지분율을 16.5%에서 15.8%로 낮췄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직접 건드린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처음으로 매각 배경에 대해 재계 이목이 쏠렸다.
쉰들러는 투자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으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쉰들러가 지분 매각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 65억원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재계는 쉰들러가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쉰들러와의 소송에서 패소, 배상금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M캐피탈로부터 23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자가 담보 주식을 팔 수 있는 점을 감안, 주가 하락 시 쉰들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추진이 탄력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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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M&A 시도 후 성공하면 국내 공장 철수는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선 국내 생산보단 중국 등 저비용 국가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의 국내 생산기반이 없어지면 외국 업체들이 부르는 가격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는데 쉰들러가 노리는 것이 이 부분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가격 부담으로 인해 중국산 엘리베이터를 들여올 경우에는 이용자의 안전 문제도 불거질 여지가 있다. 중국 업체들의 안전 관련 기술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공장이 철수하면 불이익은 시민들이 받게 된다. 엘리베이터는 국내 생산시설을 갖춰야 신속한 A/S 등이 가능하다.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은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해 에스컬레이터가 침수된 후 일부 지역에서 1년 넘게 수리가 되지 않았는데 국내에 에스컬레이터 공장이 없는 게 이유였다. 앞서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에스컬레이터 업체들을 인수한 후 2000년대 중반쯤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켰다.
쉰들러의 의도를 방치할 경우 전 세계 엘리베이터 주요 시장은 해외 기업들이 장악하게 된다. 쉰들러는 국내에서 엘리베이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현대엘리베이터(점유율 40%대)를 M&A 하면 점유율을 50% 근처로 끌어올릴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독과점 판단 기준인 50%를 살짝 밑도는 수준으로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신규 설치 기준 중국, 인도에 이어 3위인 한국 시장(연간 4만대 규모) 마저 외국 업체가 장악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과거 국내 산업 경쟁력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방치돼 국민 피해를 일으켰던 요소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사태가 재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업계 발전을 위해 충북 충주 엘리베이터 산업 클러스터에 참가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었으나 쉰들러의 경영권 흔들기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야 해서다. 국내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속적인 투자와 채용이 불투명해지면 엘리베이터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쉰들러는 글로벌 엘리베이터 시장 2~3위 업체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못쓰고 있다"며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획득해 한국 시장을 지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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