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바드’는 통신사 영업사원?… 한 달에 30GB도 안 쓰는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추천

박수현 기자 2023. 7.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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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통신사 요금제, AI 추천 받아보니
월평균 최대 27GB 쓰는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어때요”
있지도 않은 요금제 추천하는 ‘환각’ 현상도
“정보 비대칭성 해소” 정부, 최적요금제 추진
‘이용자보다 통신사에 유리한 요금제 안내’ 우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에게 요금제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월간 데이터 사용량,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 사용량, 부가 서비스를 고려해 추천해주겠다'는 답변이 나오고 있다./바드 이용화면 캡처
'바드'는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3~27GB라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바드 이용화면 캡처

올해 통신 3사가 새로 내놓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는 75종에 달한다. 하지만 이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찾기란 쉽지 않다. ①통신사별 고객센터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하고 그에 기반한 요금제를 살펴보거나 ②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운영하는 통신요금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서 원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입력해 적합한 요금제를 찾는 방법 등이 있지만 수고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구글 검색을 통해 실제 세계의 정보에 액세스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2021년 9월 이전의 정보만 활용하는 챗GPT와 달리 바드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 바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중 약정 기간 없는 상품 추천

17일 바드에게 요금제를 추천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바드는 “어떤 요금제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월간 데이터 사용량,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 사용량, 사용할 부가 서비스를 물었다.

바드의 질문에 한달에 23~27GB(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 정도를 쓰며, 부가 서비스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5G 요금제 대부분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으로 기본 제공하고, 속도 제한이 없는 데이터 제공량에서 차이를 두기 때문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바드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중에서 약정 기간이 없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약정 기간이 없는 요금제는 약정 기간이 있는 요금제보다 요금이 높지만, 약정 기간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없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텔레콤 ‘5GX 스탠다드+(월 9만5000원)’, KT ‘5G 프리미엄(월 9만9000원)’, LG유플러스 ‘5G 얼티밋(월 10만5000원)’을 각각 추천했다.

추천해준 요금제들이 ‘너무 비싸다’고 하자 바드는 “이해한다. 요금이 비싼 것이 사실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용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하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요금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며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요금제는 요금이 저렴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많을 경우 추가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다만 바드의 답변은 믿을 게 못 됐다. 추천해준 요금제들은 지금은 판매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없는 요금제들이었다. 생성형 AI가 허위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공하는 ‘환각’ 현상이다.

더욱이 바드가 추천해준 요금제들은 9만~10만원대의 고가 요금제였다. 23~27GB는 통신 3사가 최근 출시한 중간요금제(20~100GB)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 구간이다. 중간요금제 가격은 6만~7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통신 3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격은 8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13만원에 이른다. ‘중간요금제를 쓰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바드는 그제서야 “맞다”며 “귀하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7GB이므로 중간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5G 요금제 75종 나왔지만 혼란도 가중

‘새 5G 요금제 75종’은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요구에 통신사들이 중간요금제 세분화로 화답한 결과다.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선택약정 할인과 단말기 지원금 등 따져봐야 하는 혜택이 적지 않은 만큼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적요금제’ 도입을 통해 통신사와 이용자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통신 3사가 이용자에게 주기적으로 사용 패턴에 기반한 요금제를 고지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통신 3사가 고가 요금제를 추천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30대 개인 사업자 문모씨는 “(통신사가 안내해주는 최적요금제를) 무조건 따르지는 않을 것 같다”며 “먼저 지난 3개월간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해보고, 들어맞는지 비교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3사는 ‘요금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게 설계됐다’는 이용자들의 비판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다. LG유플러스는 이달 공개한 온라인 전용 요금제 홍보 영상에서 ‘여기저기 다녀봐도 말도 다 다르고, 요금제는 또 왜 이렇게 많냐’ ‘통신사가 뜯어간 돈으로 뜨끈한 국밥 10그릇은 먹겠다’ 등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담기도 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이 저가 요금제로 갈아타지 않도록 차별점을 둔다”라고 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4조383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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