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저출산? 아동 1인당 월 100만원 왜 못 주나"
"비혼출산·이민 정책 시급…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중산층 위한 정책"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프랑스, 독일이 18세, 20세까지 아동수당을 줍니다. 우리도 지방재정교육교부금 등을 재조정하면 아이 한 명당 월 100만원씩 줄 수 있어요. 그 좋은 제도를 왜 안 합니까?"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 원장(67)은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한미연 사무실에서 <뉴스1>과 만나 "우리도 현재 저출산 대책에 들어가는 예산을 재구조화해서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국내 1세대 여성 경제학자다. 경기여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나경제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은 물론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2009년에는 첫 민간 출신 통계청장을 지냈다.
◇각 부처마다 저출산 정책…컨트롤타워 '시급'
이날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았다.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부처가 다 따로따로 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대로 이곳저곳에 센터가 있고, 교육부는 또 유치원을 지원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도 또 아동돌봄센터 등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에 흩어진 기능과 예산을 모두 모아 컨트롤타워가 일관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위원회이기 때문에 예산도, 조직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원장은 아동수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지난해 저출산 예산이 약 51조원인데, 그중 40%를 넘게 가져가는 부처가 국토교통부다. 주로 주택 관련 지원"이라며 "실제로 영유아 육아수당, 아동수당은 17조원가량이 전부"라고 짚었다.
이어 "지난번에 나왔다가 언론에 뭇매를 맞고 다시 들어갔지만, 아동수당은 정말 좋은 제도"라며 "학생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가 1500만원을 상회하는데, 이 예산을 재구조화해서라도 부모에게 돈을 줘야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는 중산층 정책"
이 원장은 또 정부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기로 한 것에 동의하면서 저출산 대책에 이념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서울에서 결혼해 전세를 구한다고 해보자"라며 "옛날에는 한 2억원 정도면 작은 아파트 전세를 구했는데, 지금 똑같은 것이 4억원에서 5억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부모들이 '너 돈 벌어서 결혼해'라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못 한다"며 "결혼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는 부자 감세가 아니고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도 집 한 채가 전부다. 어차피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이면 빨리 처분해서 줘야 시장 전체를 보더라도 돈이 돈다"라며 "결혼 증여세를 두고 과도한 이념싸움으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韓, 제대로 된 이민정책 없었다…이제 받아들여야"
이 원장은 또 지금부터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결혼·출산을 장려하더라도 이미 인구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결국 제대로 된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이민 정책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나라다. 그저 외국인 인력 노동 정책이 있었을 뿐"이라며 "이제는 이민 비자 쿼터를 조금 늘려주는 것으로는 우리나라의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에 온 유학생들이 눌러앉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산업 인력을 받는 것도 좋다"며 "이제 이민제도를 크게 오픈해야 할 상황이 왔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왕따 문화' 등으로 생존이 힘들다"며 "이민 후 관리 정책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우리나라가 단일 민족이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제 그들을 받아들일 시점이 됐다. 고급 인력,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받는 이민 정책을 수립하고 컨트롤타워도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비혼은 전 세계적 트렌드…"출생통보제, 큰 진전"
이 원장은 이민과 더불어 '비혼 출산' 역시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비혼 출산율은 41.9%에 달하지만,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율은 2.9%에 불과하다.
이 원장은 "유독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 국가들만 결혼을 해야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가 유교적·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사실 비혼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문화, 트렌드가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미 국가들은 가톨릭 국가가 많지 않나"라며 "그런 남미 국가 중에서도 칠레, 콜롬비아 등의 비혼출산이 70%가 넘는다. 이 국가들 역시 30년 전만 해도 비혼출산률이 10%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국회가 출생통보제를 통과시킨 것은 큰 진전"이라며 "비혼 출산이라도 국가에 등록하게 해서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1956년 서울 △경기여고 △연세대 지질학, 경제학 학사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휴스턴대 경제학과 조교수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제12대 통계청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향후 인구 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책과 정책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이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발기인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맡아 발족했다. 초대 원장은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맡았다. 연구원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를 예측하고, 기업의 대응 방안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이론을 연구한다. 구체적으로 사회인식, 산업구조, 출산지원제도, 인구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구문제를 민간 분야에서 들여다보고 기업 등과의 협력도 가속할 계획이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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