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집권 뒤에도 통일정책 변화 없어… 우선순위 뒤처져"
"건설·생산 등 경제발전 중시… 당 대회서도 독자적 방안 제시無"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에도 통일정책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통일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처져 있음을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통일연구원의 현안분석 '김정은 정권의 통일정책은 없다?'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집권한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에 관한 북한 매체 보도에선 '통일' '민족' 등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았다.
2012년 1월부터 올해 5월20일까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엔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에 관한 기사 1704건이 실렸다.
김 총비서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 이후 활동을 본격화한 2012년엔 △인민(1666건·6위) △건설(1094건·13위) △조국(908건·18위) 등 표현이 다수 등장했다. 또 김 총비서가 노동당 위원장과 국무위원장직에 오른 2016년엔 △인민(2406건·7위) △공장(1766건·8위) △건설(1723건·9위) △생산(1492건·12위) 등의 표현이 관련 기사에 등장한 빈도가 높은 편이다.
아울러 남북·북미·북중정상회담이 잇달아 진행된 2018년엔 △인민(1077건·6위) △건설(953건·7위) △공장(819건·9위) △나라(749건·12위) △생산(732건·13위) △국가(609건·14위) 등이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 기사에 다수 쓰였고, 작년엔 △인민(1270건·3위) △건설(1066건·5위) △국가(8위·864건) △발전(613건·11위) 등이 많았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 기사에서 '통일' '민족' 같은 용어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대신 '건설' '생산' '조국' 등 발전·번영에 관한 용어들이 상위 20위권에 들었다"며 "이는 김정은 정권이 '우리 국가 제일주의' '위민이천'(爲民以天)을 외치며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동시에 대중 지지·동원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경제발전을 중심으로 한 북한 체제 유지가 정권의 제일 관심사"란 설명이다.
서 연구위원은 특히 2016년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와 2021년 노동당 제8차 대회 결정을 근거로 김정은 정권에서도 북한의 통일담론이 김일성·김정은 정권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김 총비서의 폈던 '정상외교' 활동 또한 통일 기반 조성보다는 체제 안정을 목적으로 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일례로 김 총비서는 2016년 5월 노동당 7차 대회 결정서에서 "'조국통일 3대 원칙'과 '6·15공동선언'(2000년), '10·4선언'(2007년)은 북남관계발전과 조국통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일관하게 틀어쥐고가야 할 민족공동의 대강"이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이를 김정은 정권이 별도 통일정책 없이 선대(先代)가 공식화한 방안과 남북합의를 이행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 당시 개정된 당 규약엔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해 조선반도(한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확고한 입장"이 담겼고, 노동신문은 당시 보도에서 "'통일'이란 꿈은 더 아득히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이에 대해선 "통일을 당면 목표에서 밀어낸 대신 핵무력에 기반을 둔 안보를 우선시할 것임을 강력히 천명했다"며 "김정은이 북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당 대회에서 2차례 표명한 통일정책 관련 발언은 독자적 통일정책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일성·김정은의 통일 유훈을 찬양하고 이를 계승하겠다고 밝혔지만 독자적인 통일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위원은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요청을 북한 측이 거부했을 때도 그 대응 주체가 통일 관련 부서가 아닌 '외무성'이었다"며 "김정은 정권 들어 '우리 민족 제일주의'보다 '우리 국가 제일주의'을 더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선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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