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인 100만명 유전체DB 관리할 전문연구소 만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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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유전체(게놈) 연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은 전문 연구기관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바이오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유전체 전문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는 "국립보건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부 유전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전문 연구기관이 할 수 있는 연구와는 질적인 차이가 크다"며 "영국의 유전체 전문 연구기관인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처럼 민간이 주도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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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연구 활용 분야 강조하지만, 정작 전문기관은 없어”
“유전체 전문 연구기관 설립해 국제협력 주도해야”
“전 세계가 유전체(게놈) 연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은 전문 연구기관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바이오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유전체 전문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해외에서 앞서나가는 유전체 연구를 이제라도 따라잡기 위해서는 유전체 연구와 국제 협력을 주도할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전체 연구의 중요성은 이제까지 꾸준히 강조돼 왔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이 참여하는 범부처 사업인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도 유전체 연구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2단계에 걸쳐 100만명 규모의 유전체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활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정밀 의료,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고 항암제와 맞춤형 의료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 교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유전체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다만 일시적인 사업으로 진행하는 만큼 사업 만료 이후에도 이를 꾸준히 관리하고 연구를 지속할 기관의 설립도 함께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강조하는 국제 협력을 위해서도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전체 연구는 한 지역에서만 얻은 데이터로는 분석이 제한적이다. 유전체 분야를 이끄는 미국과 영국은 각각 국립보건원(NIH)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GRI), 생어연구소를 통해 활발한 국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수집한 유전체 정보를 자국에서 활용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국제 협력을 강조하지만 유전체 연구자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며 “국내 연구자들이 개별적인 과제로 해외 기관과 공동 연구를 해 봤자 연속성도 없고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수준에서도 기관 간 협력에 한참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 유전체 전문 연구기관이 만들어진다면 해외 기관과 유전체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방식의 협력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금은 연구비를 지원받고 국내 연구 결과를 해외에 제공하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보건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부 유전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전문 연구기관이 할 수 있는 연구와는 질적인 차이가 크다”며 “영국의 유전체 전문 연구기관인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처럼 민간이 주도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이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연구비 재분배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유전체 전문 연구기관 설립의 적기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가 연구 역량을 키우려면 시대에 따라 중요한 과학기술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영국은 과거 비타민 연구가 중요했던 시기 비타민 연구소를 운영하다가 과감히 폐지했고, 유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물학연구소에서 생어연구소를 분리해 육성했다”며 이어 “생어연구소가 주도한 인간게놈프로젝트는 2001년 초안이 발표될 때까지 약 3조원이 들었지만,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는 263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로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전체 기술과 데이터의 가치는 계속 커질 전망인 만큼 한국도 필요하다면 과감한 구조조정까지 고민해 미래 기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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