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경쟁력 5계단 오르면 매출·고용 2배 뛴다"
글로벌 방산 수출 9위인 한국이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하면, 매출과 관련 고용이 모두 2배 가량 늘어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에게 의뢰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의 경제적 효과와 과제'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한국의 방산 수출 수주액은 2020년 30억 달러에서 지난해 173억 달러로 2년만에 5.8배 급증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같은 성과를 지속한다고 가정해 2027년 4대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면, 방산 매출은 2021년 15조9000억원에서 2027년 29조7000억원으로 18조800억원(86.8%)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고용은 3만3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2배 넘게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고용의 경우 방산 연관 산업에서 나타나는 간접효과를 배제하고 추정한 것으로, 직간접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실제 고용효과는 더 클 수 있다.
보고서는 세계 2위 수출국인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방산 경쟁력이 훼손되면서 한국과 터키 등 신흥 수출국에 반사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한국이 방산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출 제품과 시장의 질적 고도화를 이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기 수입 상위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인도 등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방산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4가지 방안으로 △현지생산 지원확대 △기술이전 대응체계 마련 △무기 수입국 금융 지원 확대 △경제·산업 협력 활용을 꼽았다.
수입국들은 무기 구매의 반대급부로 생산 현지화, 자국 부품 사용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수출 초기 단계인만큼, 현지 생산을 위한 파트너 물색이 쉽지만은 않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현지 정보를 선제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현지 대사관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무역관, 방산기업 등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 체계를 가동해 현지 거점을 조속히 구축하고, 이를 주변국으로의 수출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식이다.
다만 해외 현지생산을 위해서는 기술 이전이 불가피해, 우리 기업의 기술 유출 위험성도 따라온다. 보고서는 기술 수준별로 이전 가능 여부를 범주화하고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이를 수출대상국 특성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무기 수입국이 수출국에 저리 대출과 장기 분할 상환 등 금융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만큼, 한국 방산 수요가 높은 무기수입국과 수출입은행 간 기본여신 약정 체결 등을 추진해 금융지원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수출 유망국과의 다양한 협력사업을 방산 수출의 마중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보고서는 군용기 수출이 유망한 국가가 향후 무기 구매를 진행할 때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해당국의 항공 인프라 개선사업, 기술교류 프로그램 등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보고서는 방산 수출 제품과 시장의 고도화를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그 방안은 △글로벌 방산 공급망 참여 확대 △한·미 무기체계 공동개발 확대 △해외 생산시설 활용이다.
세계 최대 방산국인 미국의 경우 방산 조달 규정상 자국 업체만 주당사자로 계약이 가능하고, 해외 기업은 미국 기업의 협력업체로만 참여가 가능해 진입장벽이 높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파트너십(GP) 활용, 사이버보안인증제도(CMMC) 상호인증 추진 등을 통해 한·미 기업 간 교류를 확대하고 미국의 방산 공급망 진입장벽을 완화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첨단 무기의 개발-생산-수출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함께 공동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극초음속 유도무기 등 양국의 수요가 있는 무기를 선정하여 개발과 상호 품질 인증, 마케팅 등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또 현지화를 위해 구축한 해외 생산시설을 주변국으로의 수출 교두보 및 글로벌 밸류체인의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 등 주변 동유럽국에 대한 접근이 쉽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방위산업은 첨단기술과 고급인력이 필요하고 국방력과도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최근의 수출 호조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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