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KBO리그 전반기 종료, '위기를 뜨거운 열기로'[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023시즌 KBO리그 전반기가 마무리됐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 후, 최고의 위기라고 점쳐졌던 KBO리그는 예상과 달리 전반기 동안 수많은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신인들의 등장과 KBO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초반 선두권 형성이 KBO리그를 심폐소생 시켰다. 여기에 불꽃 튀는 순위 싸움까지 발생하며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KBO리그 전반기를 마감했다.
WBC 참사, 무거운 분위기와 함께 출발한 2023시즌
지난 3월 한국 WBC 대표팀은 WBC 1라운드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기던 호주에게 7-8, '숙적' 일본에게 4-13으로 패했다. 당초 1차 목표였던 8강 진출에 실패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KBO리그 팬들은 해외 투수들과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을 비교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사사키 로키와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오타니는 시속 160km 초, 중반대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 외에도 일본과 미국, 중남미의 수많은 투수들은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반면 KBO리그의 대다수 투수들은 WBC에서 시속 150km 패스트볼을 뿌리지 못했다. 야구팬들은 '우물 안 개구리'라며 한국 야구대표팀과 KBO리그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WBC 참사의 여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KBO리그는 지난 4월1일 2023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야구팬들이 다시 KBO리그에 관심을 가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KBO리그가 최대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 예상했다.
새 얼굴들의 등장과 롯데의 초반 질주, 활기 되찾은 야구장
단지 기우였을까.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됐다. 뛰어난 신인 선수들이 KBO리그를 흔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았던 윤영철, 박명근이 각각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선발진과 불펜진에 합류했다.
윤영철은 시속 130km 후반대 패스트볼로 우려를 샀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박명근은 시속 140km 후반대 패스트볼과 한박자 빠른 퀵모션을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들 외에도 '제 2의 이정후' 김민석이 롯데 자이언츠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고 키움 히어로즈의 포수 김동헌은 영웅 군단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 이글스의 우완 파이어볼러 김서현은 시속 150km 후반대 패스트볼로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2년차 투수이자, 또 다른 한화의 강속구 투수 문동주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문동주는 지난 4월12일 1회말 1사 후 박찬호를 상대로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60.1㎞의 패스트볼을 던져 스탠딩 삼진을 잡았다. KBO리그에서 한국인 최초 시속 160km 시대를 알렸다.
문동주의 시속 160.1km 패스트볼은 KBO리그의 낮은 구속에 실망하던 야구팬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더불어 WBC 참사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4월말부터는 롯데가 힘을 냈다. 시즌 초반 외국인투수와 박세웅의 부진으로 고전하던 롯데는 불펜진의 맹활약으로 반등했다. 더불어 타선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점수를 뽑아내며 승리를 챙겼다.
롯데는 결국 지난 4월30일 1위로 올라섰다. 이후 SSG 랜더스, LG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 5월 초, 중순에도 롯데는 종종 1위를 차지했고, 롯데 팬들 역시 야구장을 가득 채우며 '기세'를 외쳤다. 롯데를 제외한 타팀 팬들도 흥미로운 순위 경쟁으로 인해 야구장을 찾았다.
'감독 경질 사태' 한화, '18년만 8연승'으로 여론 뒤집기
야구 열기가 회복되던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한화가 지난 5월11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한 것. 원정 이동일인 목요일 경기가 끝난 뒤 갑작스럽게 발표된 경질이었다. 거기에 2연승 중인 상황도 겹치면서 한화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한화 팬들은 특히 성적의 책임을 수베로 감독에게만 물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화는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결과에는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부진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들을 영입한 구단 프론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일부 팬들은 구단을 향해 트럭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화의 새 사령탑 최원호 감독은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잠들어 있던 타선을 타순 재배치로 깨웠다. 백업 자원들과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대상으로 '특타(특별 타격)'를 실시하며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했다. 여기에 마무리투수 박상원을 비롯해 불펜투수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며 투수진의 경쟁력도 강화했다.
결국 한화는 6월말부터 7월초까지 8연승을 질주했다. 2005년 6월12일 대전 LG전 이후 6593일 만에 8연승이었다. 근 18년만에 8연승을 달리자 한화 팬들도 다시 야구장으로 모였다. 한화의 약진 속에, KBO리그 순위 싸움도 본격화됐다.
전반기 구도 2강 7중 1약, 뜨거운 순위 싸움
선두권 싸움은 LG와 SSG가 이끌었다. LG와 SSG 모두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상대팀들을 눌렀다. LG가 전반기 종료 시점 1위에 올랐지만 SSG와의 격차가 크지 않기에, 후반기에도 불꽃튀는 1위 쟁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5월까지만 해도 LG, SSG와 1위 경쟁을 펼치던 롯데는 6월 깊은 부진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꾸준한 상승세를 타며 6월 중순 선두권 LG, SSG를 넘보던 NC 역시 국내 선발진 구창모, 이재학, 최성영의 부상으로 내리막을 타며 롯데와 같이 중위권에 합류했다.
전반기 막판엔 한화의 약진과 함께 두산 베어스, KIA도 상승세를 탔다. 두산, NC, 롯데, KIA, 키움, kt wiz, 한화가 중위권에 촘촘히 포진하게 됐다. 중위권에서 총 7개팀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2010년대 초반 왕조를 건설했던 '전통의 강호' 삼성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노쇠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뒷문 단속에 실패했고 '좌완 필승조' 이승현을 대체자로 투입했지만 효과를 얻지 못했다. 급하게 키움으로부터 베테랑 불펜투수 김태훈을 데려왔으나 김태훈도 부진에 빠졌다.
삼성은 결국 수많은 역전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중위권과의 격차도 벌써 꽤 벌어진 상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반기 막판 전천후 내야수 류지혁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후반기 도약을 꿈꾸고 있다.
WBC 참사로 인해 수많은 우려 속에 문을 연 2023시즌 KBO리그. 전반기에 수많은 이슈와 볼거리를 만들며 야구팬들의 관심을 되찾았다. 특히 LG와 SSG의 선두 경쟁, 중위권에서 무려 7팀이나 엉킨 순위 싸움은 KBO리그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2023시즌 전반기에만 430만명이 넘는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2022시즌 총 관중이 607만6076명이었음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야구 열기를 부활시킨 2023시즌 전반기였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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