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는 외면하고 ‘일국’만 강조한 결과는?[fn기고]
-중국, 홍콩과 마카오 반환 협상과정서 50년간 자치권 법적 보장
-중국 일국양제 실제론 자치권 유명무실화 통일원칙으로 대만까지 적용 강압
-올 7월 1일부터 중국 반간첩법 시행 자치권 더 약화 일국양제 이중적 모습 강화
-영국령 홍콩, 동양과 서양의 문화 공존 금융중심지로 활력 넘쳐
-중국령 홍콩, 마카오 금융중심지 위상 약화, 외국인 외면받는 도시로
-중국 진정성 있는 ‘양제’ 포용, 국제사회 호응...신냉전 완화 선순환될 수도
일국양제는 홍콩을 영국에게서 반환받는 협상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홍콩과 마카오를 특별행정구로 인정하여 50년간 자치권을 유지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홍콩은 1997년 반환되어 2047년까지 고도의 자치권이 유지되고, 마카오는 1999년 반환되어 2049년까지 고도의 자치권이 인정된다. 일국양제는 홍콩특별행정구기본법과 마카오특별행정구기본법를 근간으로 하기에 홍콩와 마카로의 자치권은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 헌법이 아니라, 상기 기본법의 최고법규로 적용되고 행정장관이 사실상의 국가원수로 인정된다. 한편 중국은 일국양제를 통일원칙이라 강압하며 대만에까지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중국이 겉으로는 일국양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양제’를 외면하고 ‘일국’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다. 즉 ‘하나의 중국’만 강조하면서 다른 시스템의 공존을 용인하지 않는 경향성이 갈수록 부각된다. 2019년 범죄인 송환법 추진 관련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발한 것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홍콩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사실상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일국양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는 중국의 ‘일국,’ 즉 ‘하나의 중국’만을 강조하며 ‘양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2023년 7월 1일부터 강화되어 시행에 들어간 중국의 반간첩법도 ‘양제’ 보다는 ‘일국’을 강조하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홍콩 주민이 함부로 고도의 자치권을 운운하다가 간첩행위로 내몰릴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양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에 일국양제 원칙의 적용대상인 홍콩에 대해서는 그 원칙을 느슨하게 적용하면서 엄밀히 말하면 일국양제 원칙의 대상이 아닌 대만에 대해서는 일국양제를 통일원칙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일국’을 강조하고 ‘양제’를 외면하면서 홍콩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국령 당시 홍콩의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향유했고 선진국의 모습이 나타날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한다는 매력으로 인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행객이 넘쳐났다. 홍콩은 금융중심지로서 주목받으며 생동감 넘치는 도시였다. 하지만 중국령인 된 후 중국이 ‘양제’ 원칙 준수를 외면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가운데 홍콩 모습이 중국 본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관여가 강화되며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도 약화되고 있다. 외국인이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홍콩이 외면받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양제’는 중국과 다른 시스템에 대한 용인을 근간으로 한다. 그런데 중국과는 다른 시스템을 운용한 그곳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을 앞서갔다. 1990년대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 본토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유와 번영을 누렸다. 이 시기 홍콩과 함께 대만도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Four Asian Tigers)’ 중 하나의 국가로 선진화된 국가로 명성을 높였다.
중국의 시스템과 다른 곳에서는 번영을 이루었다는 점을 하루속히 깨닫지 못하면 ‘China Peak’ 담론은 현실화할 것이다. 홍콩, 대만보다는 늦었지만 중국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시스템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안보, 주권, 발전이익을 견인하고자 한다면 ‘일국’만 강조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양제’를 포용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면 국제사회도 이에 호응하고 나서며 신냉전 역학도 완화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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