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3년 전 '부산 초량' 사건과 판박이…처벌은?
집중 호우로 17일 오전 6시 현재까지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궁평지하차도 사고를 두고 인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미호강 범람을 우려해 임시제방을 쌓고 있었으나 물이 넘친 뒤에도 지하차도 통행금지가 없었던 점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지하차도 위의 미호천교가 공사중이면서 현장이 재해에 더 취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수습이 끝나면 책임 소재를 따지게 되는데 사고와 관련된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각각 다른 기관이 맡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는 충북도 관리에 속하지만, 인근 미호강 제방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리를 받고 있고, 도로통제는 지자체 책임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7월 집중호우로 차량이 물에 잠겨 3명이 숨졌던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건과 사고 내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인재가 반복된 게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초량지하차도 사건으로 기소됐던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1심 형사재판 결과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지방법원 형사10단독 재판부는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관할 부산 동구 부구청장 등 공무원 11명에 대해 모두 1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 혐의로 기소된 사고 당시 부산 동구 부구청장에게는 금고 1년 2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사고 당시의 동구청 도시안전과장과 안전총괄계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해 문자 전광판 등을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에게는 금고 1년 실형을 선고하는 등 사고를 막지못한데에 업무상 과실 책임이 있다고 인정된 동구청 주요 부서 직원 4명에겐 금고형 이상이 선고된 것이다. 금고형은 노역을 하지 않는 것만 다르고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이다.
부산시 재난대응과장은 벌금 1500만원, 허위공문서 작성 등 비교적 가벼운 혐의를 받은 나머지 공무원들도 각각 벌금 1000만원,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초량지하차도 사건은 집중 호우라는 자연재해에서 지자체의 시설물 관리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관할 공무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는 지와 형량에 대해 선도 판례가 될 수 있어 법조계와 공무원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반복되는 재난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이 있었지만, 피고인들은 평소 시설물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사고 당시 매뉴얼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며 "대응 매뉴얼을 갖춰 놓아도 지키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이 이 사건에 드러났다.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재 초량 사건은 2심이 진행 중이지만 자연재해 대응에서의 공무원 과실 책임을 1심 법원이 엄하게 물었단 점에서 공직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2020년 7월 23일 밤, 당시 부산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차량 6대가 잠겨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이다.
지하차도 침수 대비 매뉴얼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집중호우가 있던 당일 CCTV 상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고, 교통 통제, 현장 담당자 배치, 출입 금지 문구 표출 등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대책회의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가 있는 공무원에 대해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형사전문인 한 변호사는 "초량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청주사고도 수사로 이어질 경우, 도로통제 책임과 제방이 무너져 사고가 커진 문제에 대한 책임 등에 대해서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상 책임을 다했음에도 벌어진 재해인지 아니면 업무상 과실로 볼 수 있을 정도의 문제가 있었느냐가 핵심이고 초량사건처럼 매뉴얼대로 하지않고 마땅한 업무를 하지 않은 점이 밝혀진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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