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방폐물과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임계점 도달한 '원전 고지서'

심언기 기자 2023. 7. 1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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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산업은 여론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기피·혐오 물질인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환경공단과 원전본부가 임시로 나눠 저장 중이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고준위방폐물의 원전 임시저장 시설이 영구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불안감이 높다.

차곡차곡 쌓인 방폐물과 원전 가동시설의 '불안한 동거' 사슬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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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원전 산업은 여론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찬성론자들은 효율적 발전원으로서 국민경제와 산업계 전력공급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반대론자들은 유출 사고 시 재앙적 환경파괴 우려에 포커스를 맞춘다. 통합된 여론수렴이 어렵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은 급변하고 원전 산업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부침을 겪는다.

기피·혐오 물질인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환경공단과 원전본부가 임시로 나눠 저장 중이다. 각 원전에서 보관 중인 고준위방폐물은 저장장치 포화가 7년여 후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당장 영구저장 시설 준공에 착수하더라도 30여 년은 현재의 간이 처분시설에 보관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 부지 선정 및 시설 준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국회에는 현재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3건이 발의돼 있다. 여당은 원전 계속가동·확대에 방점을 찍은 안(案)을, 야당은 원전 축소·해체를 전제한 안을 각각 내놨다. 특별법 제정이 간절한 원전업계는 어느 안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란 입장이지만, 정작 법안을 처리해야 할 여야 정치권은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국회 산중위는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10여 차례 법안심사를 진행했지만 논의에 별다른 진척은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방폐물 관련 이슈화에 여야 모두 소극적이어서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 21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되면 발의된 법안은 자동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고준위방폐물 처분 방향 불투명에 따른 갈등과 혼란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고준위방폐물의 원전 임시저장 시설이 영구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불안감이 높다. 원전 업계는 안정적 영구처분 시설 필요성이 그 누구보다 절실함에도 대외적으로는 현재의 임시저장 시설이 안전하다고 설파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원전 운용의 장단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만큼 국민의 선택을 받은 각 정권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특정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 야기한 사태의 후속 조치엔 책임을 져야 한다. 원전 신규 건설을 추진하려는 현 정부라면 더더욱 원전 부산물 처리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고리 1호기가 운전을 시작한 1978년 이후 45년간 우리와 우리 윗세대는 값싼 전기를 제공받는 혜택을 누렸다. 달콤한 과실을 따 먹고도 애써 외면해 온 '원전 고지서'를 펼쳐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원전 육성 정책의 전제가 돼야 한다. 차곡차곡 쌓인 방폐물과 원전 가동시설의 '불안한 동거' 사슬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정부가 특별법 제정 공론화에 서둘러 나서길 바란다.

경제부 심언기 기자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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