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韓1000만·내한 러시·여름 전쟁…영화계 간만에 활기

조연경 기자 2023. 7. 1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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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폭탄'이 쏟아져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영화계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는 이슈와 이벤트들로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다.

한국 영화에는 여전히 '단짠 밀당'을 하고 있는 관객들이지만, 보고 싶은 영화와 볼 만한 영화가 있다면 언제든 영화관으로 향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국 영화를 비롯한 K콘텐트의 글로벌 활약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관심도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시장에 앞서 벌써 들썩일 만큼 들썩인 영화계다. 극장가 성수기는 이미 시작됐다.

'이러다 책상 빠져도 할 말은 없겠다' 싶었던 영화 담당 기자들도 오랜 만에 이리 저리 뛰어 다녔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흥행작 한 편 내놓지 못했던 한국 영화계는 앓는 소리에 스스로 매몰 됐고, 극장은 그나마 다양한 외화의 선전으로 입에 풀칠 정도 했다. 이마저 호불호는 갈렸던 일본 애니메이션 신드롬으로 잠깐 반짝하고,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시기를 제외하면 최악 중 최악이라는 '무관심 굴레'에 놓였던 영화계가 아닐 수 없다.

돌파구가 없어 보일 것만 같았던 분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찾아왔고 구세주는 있었다. 1년 만에 터진 한국 영화 1000만 대기록에 할리우드 감독, 배우들의 내한 러시가 동시기 이뤄졌다. 바통을 이어 받아 대망의 여름 시장을 맞이할 채비도 마쳤다. 쌍천만에 시리즈 3000만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범죄도시3'에 이어 1년 만에 돌아오겠다던 톰 크루즈도 약속을 지켰다. 무려 6편의 한국 영화가 출격하는 여름 시장도 이제 '기대에 부흥할 만한 작품'만 보여주면 된다.

'범죄도시3'가 1000만 흥행을 이끈 6월은 극장 매출액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벽히 회복했다. 한국 영화 매출액만 939억 원을 벌어 들이면서 2004년 이후 6월 중 두 번째로 많은 매출액을 찍은 것. 특히 '범죄도시3' 한 편으로만 875만 관객에 871억 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어화둥둥 '범죄도시3'"를 외치게 만들었다. 다만 지난해에도 '범죄도시2'가 1269만 명을 동원했지만 이후 여름 전쟁은 사실상 참패했던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지난 5일 개봉한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에스터 감독을 비롯해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톰 크루즈,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바비' 마고 로비 등은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줄줄이 한국 땅을 밟았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공식 기자 간담회부터 봉준호 감독과의 GV(관객과의 대화)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참석 등 빼곡한 일정으로 첫 한국 방문을 알차게 즐겼고, 톰 크루즈는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11번째 내한을 완성, '바비' 팀은 감동의 첫 방문을 추억 했다.

팬데믹 시대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할리우드 감독, 배우는 물론 가수들도 기다렸다는 듯 내한을 추진하고 있다. 아리 에스터 감독과 '바비' 그레타 거윅 감독은 "드디어 한국에 왔다"며 한국 영화와 감독들의 오랜 팬으로 기다렸던 한국 방문에 대한 설레임을 여러 번 표했고, 톰 크루즈의 한국 사랑은 두 번 말해 입 아프다. 전세계 8개 도시를 찾은 '바비' 글로벌 투어에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첫 방문 도시로 선정돼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시장과 K-문화의 글로벌 활약에 따른 관심을 다시금 확인 시켰다.


차곡차곡 빌드업 된 분위기가 올해는 여름까지 무탈하게 이어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영화계가 이전보다 살아난 것이 확실하다는 걸 증명하는 길은 결국 흥행이다. 흥행이 돼야 막혀버린 투자 시장도 굴러갈 수 있다. 무엇보다 여름엔 제작비가 많이 쓰인 텐트폴 작품들이 내걸리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모두가 사는 길을 뚫게 된다. 올 여름엔 300억 대부터 60억 대까지 크고 작은 영화 여섯 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누가 살아 남을지, 누구든 살아 남을 수는 있을지 긴장감이 감돈다.

26일 개봉하는 첫 주자 '밀수(류승완 감독)'는 해양범죄활극으로 빅4 중에서는 175억 원의 가장 적은 제작비를 들였다. 내달 2일 나란히 개봉하는 '더 문(김용화 감독)'과 '비공식작전(김성훈 감독)'은 제작비 원·투톱을 달리면서 경쟁까지 하게 됐다. '더 문'이 286억, '비공식작전'은 '200억 대 후반'으로만 귀띔하며 공식적인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정통한 관계자들은 "300억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주 소재를 다룬 '더 문' 보다도 높은, 올해 가장 비싸게 들여 찍은 영화 임을 예측케 했다.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는 당초 100억 대 후반에서 추가 비용이 들어 쭉 높아졌다 해외 판매 등으로 최종 200억에 맞췄다는 후문. 관객수 손익분기점은 최근 들어 실제 제작비와 별도로 각 배급사와 제작사 내부 계산법에 따라 정리되고 있는 만큼 개봉을 앞두고 보다 더 명확한 수치가 정리될 예정이다. 빅4 오픈 후 15일 여름 시장 막차를 타기로 결정한 65억 '달짝지근해: 7510(이한 감독)'와 80억 '보호자(정우성 감독)'는 텅 비어 버린 허리라인을 잡겠다는 목표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모든 영화가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개봉하는 작품의 감독, 배우들도 '내 작품, 내 영화'를 넘어 영화인이라는 넓은 카테고리 안에서 '함께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지난해와 달리 완성된 작품에 대한 실망이 없어야 할 것이다. '돈 많이 들인 작품이 재미있다'는 신뢰는 애저녁 사라졌다. 관객들이 어느 때보다 영화관을 찾는 시기, 물 들어온 분위기를 지킬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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