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정가 변신' 김세진 "침체된 한국 배구 위해 발로 뛰어봐야죠"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 스타에서 지도자로 변신해 2차례 V리그 우승. 최근에는 방송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던 김세진(49) 전 OK금융그룹 감독이 이번에는 행정가로 변신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달 27일 제19기 제6차 이사회를 열고 새 운영본부장으로 김세진 전 감독을 선임했다. 김 본부장은 한양대롤 졸업하고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화재에서 선수 생활을 보냈고 1997년부터 2002년까지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날개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은퇴 후 해설위원, 개인 사업 등을 했던 그는 2013년 남자부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의 감독으로 깜짝 선임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세진 본부장은 2014-15시즌, 2015-16시즌 두 시즌 연속 V리그 챔피언에 오르며 지도자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19년 감독에서 물러나 다시 해설위원으로 돌아갔던 김 본부장은 업무의 전문성 및 현장 소통 강화를 위해 KOVO의 신임 경기운영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KOVO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7월부터 출근했는데 정신 없다"면서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그래도 '배구'를 한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똑같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잊지 않았다.
운영본부장은 KOVO 경기위원회와 심판위원회를 총괄하는 자리다. 2020년 6월 경기운영위원회가 경기운영본부로 격상되면서 경기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최근 이사회에서 경기운영본부가 '운영본부'로 명칭이 변경됐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심판 판정과 같은 경기운영에 대한 일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현장에 있는 감독들과 고생이 많은 심판들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선수, 지도자, 해설위원 등을 거쳐 처음 행정가로 나서게 됐는데. ▶KOVO에서 처음 제안을 받고 심사숙고 했다. KOVO에서는 인적쇄신과 시스템 변화를 원한다고 했다. 고민 끝에 수락했으나 개인적으로 본부장이란 직책이 가벼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장에 있는 감독들과 고생이 많은 심판들의 가교 역할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 그 동안 누가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보는 놈이었다. 최연소 국가대표에 방송(해설위원)도 어렸을 때부터 했고 코치도 안하고 바로 감독도 맡았다. 힘든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고 시도하는 것이 그 동안의 나였다. 이번에도 한 번 부딪쳐 보겠다.
-최근 V리그는 판정 논란 등이 많아 이를 두고 불신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최근 몇 년 간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많았다. 당연히 심판들의 실수가 안 나올 수 없다. 다만 대응이나 수습 과정에서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현장에서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경기인 출신이 (KOVO에) 들어왔다고 심판들의 고충을 무시할 순 없다. 심판들의 처우 개선에도 힘쓸 것이다.
-최근 유소년 육성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으나 현실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소년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예산 등의 문제로 정착 시키는 데 어려움이 컸다. 엘리트 배구선수를 키우기 위해 계속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내가 할 역할은 설명하고 잘 설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고지 내 유소년을 키워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또는 2라운드 우선지명권을 주는 식의 방법도 있다. 각 구단들도 기부사업체가 아니다. 무작정 유소년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메리트를 줘야 한다.
유소년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구단 뿐 아니라 교육부와도 대화를 해야 한다. 정책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정책의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
-KOVO와 대한배구협회가 어떻게 손잡고 나아가야 할까. ▶KOVO와 대한배구협회는 함께 가야 하는 존재다. 많은 대화를 통해 공생해야 한다. 현재 국가대표 지원금을 통해 대한배구협회에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지원하는 대신 분명한 요구를 할 필요성도 있다. 예를 들어 연맹에서 협회 측에 국가대표 감독이나 선수 선발에 의견을 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유소년 육성의 경우 협회와 공조 체제가 되어야 한다. 5년, 10년 계획을 짜고 구단에서 유소년을 육성하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곧 협회와 만나서 대화를 할 예정이다.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은 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읍소도 해야 한다. 그런 역할이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배구의 성적이 점점 추락하고 있는데. ▶국제 대회 성적은 분명 리그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 동안 여자 배구의 경우 김연경(흥국생명)이라는 선수를 앞세워 도쿄 올림픽 4강에 갔지만 서서히 한계가 오고 있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기량을 떨어진다.
중요한 것은 국가대표를 살려야 한다. 협회를 지원하고 협업하면서도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서 끌어 올려야 한다. 욕먹을 각오하고 거품 뺄 것들은 빼고 바닥부터 고쳐야 한다. 연봉은 연봉대로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구단들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분명 더 발전하거나 또는 후퇴될 수 있는 중요한 고비에 서있다.
-행정가 김세진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행정가라기보다 본부장으로 왔으니 무엇이든 흔적은 하나 남기고 싶다. 1년이 될지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는 장담할 순 없지만 연맹과 심판,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소통창구 역할을 하겠다. 나중에 '이 제도는 김세진 본부장 있을 때 만들어 놓은 거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찾아보고 발로 뛰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본부장으로 와서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쉬쉬하고 감추지 않겠다는 점이다. 잘못한 것을 분명히 인정하고 잘된 것도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알리겠다. 배구 발전을 위해 힘써 보겠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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