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공 재개발 닻 올렸지만… 高 분양가에 쫓겨나는 원주민 [집중취재]
“장기 임대 가구 수 늘리는 등 LH, 원주민 정착 대책 세워야”
“공공 재개발이면 뭐 합니까. 어차피 이곳에서 수십년 살아온 저 같은 원주민은 떠나야 하는데요….”
16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경인국철 동암역 남측 일대. 낡은 빌라와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이 동네는 최근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도리어 침울함으로 가득하다. 역세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추진 소식에 많은 주민들이 희망을 품었지만, 그것도 잠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설명회 이후 희망이 사라지고 원주민 대다수가 이사를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김찬호씨(54)는 “새 아파트 분양가가 6억원 이상이라던데, 지금 사는 빌라 값 2억원에 보태야 할 4억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라며 “결국 이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미추홀구 도화동 제물포역 북쪽 마을도 마찬가지.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이미 원주민 상당수가 이 곳을 떠났다. 최찬미씨(55)는 “공공 재개발인데도 보상비보다 건축비가 크게 올라 분담금만 수억원”이라며 “집을 팔아도 살 수 없는 아파트”라고 했다. 이어 “라면으로 1끼를 때우는 세입자나, 빌라에 월세 놓고 생계유지하는 원주민 모두 재개발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천지역 제물포·동암역·굴포천역 등에서 공공 재개발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지만, 사업성을 확보해야 하는 탓에 여전히 원주민은 다른 지역으로 쫒겨나는 현실이 반복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인천도시공사(iH)와 LH를 시행자로 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종전 민간 재개발이 사업성 탓에 여러차례 좌초하자 나온 공공 재개발 방식이다. 인천에서는 대표 역세권인 제물포역 인근 9만9천612㎡(3만132평)에 3천410가구, 동암역 5만㎡(1만5천125평)에 1천730가구, 굴포천역 주변 8만6천133㎡(2만6천여평)에 2천530가구 등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원주민을 쫓아내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원주민들은 높은 분양가로 인한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보상(현금청산)만 받은 뒤,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입자들도 고분양가에 따라 치솟은 전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전셋값이 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공공 재개발 물량의 일부를 원주민이 지불할 수 있는 규모의 가구 수로 마련하고, 장기 임대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공공 재개발이 민간 재개발보다 투명성 강화, 행정절차 단축 등의 장점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분담금과 세입자의 재정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LH나 iH가 사업성에서 벗어나 주거 복지 차원에서 접근한 공공 재개발을 해야 원주민을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주민을 위한 전체 사업 물량 중 장기임대 가구 수를 늘리는 등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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