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KDB생명, 이번엔 '새 주인' 맞을까…'증자 규모'가 관건

박재찬 기자 2023. 7.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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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금융당국 권고 수준 건전성 확보 위해 필요한 자금 1조 넘어
자본성 채권 부담 낮추고, 영업조직 강화 위해서도 비용 투입돼야 해
KDB생명보험/사진제공=KDB생명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가 이번에는 성사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건은 KDB생명 정상화를 위한 증자 규모를 놓고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여부다. KDB생명은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의 건전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또 자본성 채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자금조달과 영업조직 강화를 위한 비용까지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12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이번 딜이 성사되면 13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되는 것으로 산업은행은 2014년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합한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나선 이유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나금융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1조1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9237억원 대비 20.1%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순이익 중 비은행의 비중은 1989억원으로 17.9%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분기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비중 37.8%의 KB금융그룹과 39.6%의 신한금융그룹에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보험 자회사는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해 하나생명은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하나손해보험도 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 그룹의 3대 전략 중 하나로 ‘비은행 사업 재편’을 꼽았고, 올해도 신년사에서도 “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각각 푸르덴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생명보험 자회자 강화에 성공했다. KB·신한금융은 외국계 생보사를 인수를 통해 보험 자회자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업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에 대해 업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하나금융이 인수를 노리고 있는 KDB생명의 순이익은 하나생명과 하나손보 보다는 양호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KDB생명은 2000년 산은에 편입된 이후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며 답보 상태를 보였다. KDB생명의 순이익은 지난 2017년 76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8년 64억, 2019년 345억원, 2020년말 426억원, 2021년말 232억원, 지난해말 4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가 증가했다.

KDB생명의 순이익이 지난 20여년간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만큼 영업조직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KDB생명의 매매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19년 신한금융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가 3조2500억원, 2020년 KB금융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의 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낮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은 충성도 높은 대형 설계사 조직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렌지라이프는 5000명, 푸르덴셜생명은 2000명의 전속설계사를 보유했고, 이들은 각각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로 편입됐다. KDB생명의 전속설계사는 59개 점표와 476개 대리점에서 836명의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어, 푸르덴셜생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또 KDB생명은 자본 구조상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아 채권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KDB생명의 지난 1분기 자본은 5526억원인데, 이 중 신종자본증권은 2129억원으로 전체 자본의 38.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익잉여금과 기타포괄손익의 손실이 해마다 커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KDB생명의 이익잉여금과 기타포괄이익은 각각 1271억원, 2879억원 손실을 기록해 약 4150억원의 자본이 줄었다.

KDB생명의 가장 큰 문제는 건전성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지급여력비율은 47.68% 이고, 경과조치 적용 후 101.66%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회사의 경영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다. 금감원은 150% 이상의 지급여력비율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KDB생명의 지급여력은 7286억원이고, 지급여력기준금액은 1조5281억원이다. 약 7000억원에서 8000억원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 지급여력비율을 100%에 맞출 수 있고, 금감원이 권고하는 기준인 150%를 넘기려면 단순 계산해도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결국, KDB생명은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의 건전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고, 또 자본성 채권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자금조달과 영업조직 강화를 위한 비용까지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비은행 이익 비중 강화와 보험 자회자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해 KDB생명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KDB생명의 정상화와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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