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가 꿩을 못 잡으면 매가 아니듯 리더도 성과 못 내면 리더가 아니다
요즘 서울에서는 매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나는 어렸을 때 도도하게 날갯짓하는 매를 종종 보곤 했다. 1950~1960년대 그 시절은 모두가 배를 곯던 때였다. 동네 친구들과 모여 이삭을 줍다 보면 하늘 높은 곳에 매가 등장했다. 매가 고고하기만 한 동물이 아니란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먹이를 발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급강하해서 낚아챘기 때문이다.
매의 날렵함은 밝은 눈, 날카로운 발톱, 낚싯바늘 같은 부리에서 온다. 매는 죽을 때까지 사냥을 한다. 동네 어른들은 “매가 꿩을 잡지 못하면 더 이상 매가 아니다”, “너도 매처럼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중학교 시절 서울로 올라온 뒤 매를 다시 보게 된 것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기업은행 지점장을 하면서다. 당시 방문한 중소기업의 창고에서 매 박제본을 봤다. “내가 매를 참 좋아하는데, 평생 잘 간직하겠으니 혹시 줄 수 있겠소?” 취미가 사냥이던 사장은 흔쾌히 응했다. 그때 받은 매 박제본을 기업은행 부행장, IBK캐피탈 사장 등을 거쳐 BS(바이오스마트)그룹 부회장을 하는 지금까지 내내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뒀다.
매가 꿩을 잡지 못하면 더 이상 매가 아닌 것처럼, 조직의 리더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리더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는 기업인들은 더욱 그렇다. 지점장 시절부터 내 명함에 ‘대표영업사원’을 새기고 계속 발로 뛰는 이유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운동을 한다. 조직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사원 번호와 이름이 적힌 ‘사번줄’을 나눠줬다. 나도 이 사번줄을 24시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올해 시무식은 지난해 12월에 열었다. 시무식은 보통 연초에 열려 한 해의 업무를 시작하는 의미를 갖지만, 자칫 12월은 한 해가 끝난다는 생각에 흥청망청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월은 새로운 다짐을 한다며 허투루 보내기 십상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일찍 마음을 다잡자는 뜻에서 12월에 시무식을 하는 것이다.
최근 칠순을 맞았다. 주위에서 “언제까지 일할 생각이냐”고 묻곤 한다. 평균 수명이 100세라는데, 70세는 계절로 따지면 가을에 와있는 것이다. 겨울이 오기까진 아직 멀었다. 매가 평생 사냥을 하는 것처럼, 나도 계속 일하는 삶을 살고 싶다.
/정리=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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