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상풍력 잠재력 크다… 韓기업과 상생할 것”

조재희 기자 2023. 7. 1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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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最古 기업 비그림그룹 하랄드 링크 회장
하랄드 링크 태국 비그림그룹 회장은 지난 5일 국내 언론과 첫 인터뷰를 본지와 갖고 “올 상반기 한국법인에 2000억원을 증자했다”며 “한국 풍력 시장 진출을 위한 초기 투자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해상풍력 시장에서 큰 잠재력이 있습니다.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진 한국은 풍력을 통해서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하랄드 링크(67·Harald Link) 태국 비그림(B.Grimm)그룹 회장은 “한국은 발전과 송전 시스템 제작, 시공 등에서 풍력발전을 위한 공급망이 잘 발달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링크 회장은 올해 창립 145주년을 맞은 태국 최고(最古) 기업 비그림그룹을 1987년부터 이끌고 있다. 비그림그룹 57개 계열사의 이사로도 재임 중이다.

◇올해 창립 145주년 맞은 태국 最古 기업

비그림그룹은 독일계 이민자인 베르하르트 그림이 개업한 태국 최초의 약국 ‘시암약국’이 모태다. 20세기 초 링크 회장의 할아버지인 아돌프 링크 때부터 제약업을 바탕으로 에너지·건설·의료·교통·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다.

비그림파워는 1993년 전력시장 민영화에 발맞춰 출범, 지난해 매출은 약 2조3000억원, 자산은 6조3000억원에 이른다. 태국과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 모두 3338MW(메가와트)에 이르는 55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재생에너지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링크 회장은 “태국은 물론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발전 사업 확대에 따른 공로로 여러 상을 받았다”고 했다.

2019년 2월 한국법인을 세운 비그림그룹은 올 상반기에만 비그림파워코리아의 자본금을 2000억원 증자하며 한국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5년간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링크 회장은 “상반기 출자한 2000억원은 한국 풍력 발전 사업 투자를 위한 초기 자금이 될 것”이라며 “비그림은 이미 한전, 중부발전, 호반건설, 현대건설, KB은행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100MW 규모 새만금 3구역 태양광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링크 회장은 독일 벤시스(Vensys)가 개발한 기어리스(gearless) 풍력 터빈을 한국에 독점적으로 들여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 기어박스가 없다 보니 기존 터빈과 비교해 고장이 적어 유지·보수가 쉬운 게 장점”이라며 “한국 제조사들과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과 상생 추구할 것

해외 기업들이 국내 풍력 시장을 선점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비그림은 한국 기업들과 지분을 공동 소유하며 상생을 추구한다”며 “태국에서 비그림은 독일계 외국인 투자 기업이기도 했지만 왕실에서 네 번 연속 시암문장(왕실의 후원을 인증하는 휘장)을 받은 유일한 기업이었고, 145년 동안 태국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됐는데, 한국에서도 동일한 경영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링크 회장은 기업 철학과 관련 해서는 “비그림은 의약품을 생산하든, 발전소가 돌아가도록 하든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왕실의 방콕심포니오케스트라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링크 회장은 문화 협력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링크 회장은 “방콕심포니와 서울시향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며 “한국 영화 중에서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생충’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링크 회장은 끝으로,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아버지로 둔 비그림 한국법인장을 소개하며 “이번 한국 방문 첫 공식행사로 지난 3일 경기 포천에 있는 태국군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면서 “비그림이 한국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한국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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