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수경보 4시간30분 뭉개다니… 오송 참사는 명백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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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15대가 지하차도에서 급속히 불어난 물에 잠겨 최소 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사고 4시간 30분 전에 홍수경보가 내려졌지만 차량 통제는 없었다.
사고는 그제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금강 지류인 인근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 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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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15대가 지하차도에서 급속히 불어난 물에 잠겨 최소 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사고 4시간 30분 전에 홍수경보가 내려졌지만 차량 통제는 없었다. 사고 지하차도는 인근 논밭보다도 낮은 저지대였음을 감안하면 명백한 인재(人災)로밖에 볼 수 없다.
사고는 그제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금강 지류인 인근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 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길이 430m 지하차도 터널은 2분여 만에 6만 톤가량의 강물로 가득 찼고 아무런 통제 없이 터널을 지나던 15대의 차량이 빠져나오지 못하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문제는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에 홍수경보를 내린 게 오전 4시 10분이었고, 사고 2시간쯤 전에는 관할 흥덕구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시급성을 알렸다고 한다. 사고 지하차도는 제방과의 거리가 200m 남짓한 데다 저지대여서 침수 우려가 높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청 측은 도로 통제는커녕 시청과 도청에 관련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지방도 관리를 담당하는 충북도는 “갑자기 물이 쏟아져 차량 통제가 어려웠다”는 무책임한 해명만 했다.
예고된 호우였던 만큼 사전에 제방 관리만 튼튼히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부실했다. 가교 공사 현장에 임시로 쌓은 둑은 매우 낮고 엉성했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미호강 둔치는 버드나무에 뒤덮여 범람 위험이 있다는 주민 민원이 적지 않았다. 9명 이상이 숨진 경북 예천군 산사태 역시 행정당국 책임이 적지 않다. 이 지역은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았고, 경북도는 피해 발생 뒤에야 주민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는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다. 기상청이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도입할 정도이지만, 당국의 대응 수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이번 사고는 여실히 보여준다. 기존의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인식과 조치가 없다면 피해는 갈수록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예고된 재난을 막지 못한다면, 그건 인재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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