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린 집속탄 안썼다…우크라 쓰면 우리도 쓸 것” 주장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7. 1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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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지금까지 집속탄을 쓰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가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을 쓴다면 우리도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큰 폭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자탄)이 들어 있는 무기로, 단번에 광범위한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초토화하는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관영 방송 로씨야1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는 집속탄을 충분히 비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쓰지 않았고, 탄약이 부족했던 기간에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만약 (최근 미국으로부터 지원 받은) 집속탄을 러시아군에 사용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집속탄으로) 대응할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집속탄 사용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미국에 떠넘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 근거로 내놓은 “러시아는 집속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확인된 여러 증거와 배치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동북부 하르키우와 동부 돈바스, 남부헤르손 등 전선 곳곳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한 집속탄의 폭발 흔적과 불발탄을 수집해 공개해왔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사용한 집속탄 속 자탄(子彈)의 모습. /로이터

집속탄은 널리 전투 지역에 인접한 민간인까지 살상할 수 있고, 불발탄으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돼 비인도적무기로 분류되어 있다. 2007년 웰링턴 선언과 아일랜드 더블린 회의, 2010년 유엔 집속탄 금지 협약(CCM) 등을 통해 120여개국이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지원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보내온 집속탄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며 “아직 사용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와 관련 “집속탄 공급은 우크라이나군의 탄약 부족에 따른 조치”라며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에만 집속탄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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