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들 “세계 첫 레벨 4 자율주행 열었다” 주장

김아사 기자 2023. 7. 1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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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의 공습] [下] 급격히 성장한 기술력

지난 13일(현지 시각) 영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자동차 페스티벌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큰 관심을 받은 차량은 중국 전기차 ‘하이파이 Y’였다. 중국 업체 휴먼 허라이즌이 만든 이 차량은 지붕이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외형뿐 아니라 5G(5세대 이동통신)를 바탕으로 한 레벨 4 기능이 탑재됐다.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개입 여부 정도에 따라 0~5단계까지 나뉘는데 4단계는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주행할 수 있는 최상위 수준이다. 현대차는 레벨 2 상용화에 머물러 있고 레벨 3를 탑재한 업체도 독일 벤츠, 일본 혼다 정도다. 반면, 중국에선 또 다른 스타트업인 샤오펑도 지난달 세계 최초 레벨 4 상용화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중국 전기차 공습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로 급격히 성장한 기술력을 꼽는다. 한때 유럽이나 한국 차량을 베끼는 ‘카피캣’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자율주행·배터리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기업을 좇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지난 14년간 이어온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올해 중단했다”며 “이제는 실력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지원, 내수 시장, 데이터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의 급성장 배경으로 연 2700만 대에 달하는 넓은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들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차로(차와 도로) 협동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구글·테슬라 등은 차량의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에만 의존해 자율주행을 구현해 왔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차량뿐 아니라 도로 카메라 등 도시 인프라로부터 얻은 정보까지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인공지능(AI)이 차와 도로에서 얻은 정보를 중복 체크하기 때문에 안전이나 효율 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을 일상에 완벽히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자율주행 전문가는 “미국 등이 개인정보 동의 등 법적 문제로 고민하는 사이 중국은 데이터를 쌓는 쪽을 택했다”며 “자율주행 기술 완성이 중국에서 먼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기술을 따라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떠오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그런 경우다. LFP는 한국 업체들이 만드는 NCM(니켈·코발트·망간)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비록 주행거리는 짧지만, 중국 기업인 CATL과 BYD는 배터리를 팩이나 모듈 형태로 포장해 별도 부품처럼 차에 탑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차체에 직접 일체화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배터리를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해 밀도가 낮다는 단점을 상쇄한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이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CATL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게 아니라 교체하는 방식을 쓴다. 전기차는 긴 충전 시간이 단점인데 5분 안에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니오는 지난달 UAE 투자기관인 CYVN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1조400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IT 기업과 협업, 대규모 인재 채용도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통신 등 이종(異種) 산업 간 협력을 강화한 것도 위협적이다. 기술 개발 비용, 타 업종 진출의 리스크를 줄이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테크 기업 화웨이와 배터리 업체 CATL, 창안자동차는 ‘아바타’라는 전기차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화웨이는 자율주행 기술, CATL은 배터리, 창안차는 차량 제조를 각각 맡아 2025년까지 전기차 4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는 지리차와 합작해 ‘지두’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챗GPT 같은 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도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만 3만5000명을 선발한 BYD는 중국 내에서 ‘인재 콤바인(收割機·수확 기계)’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지난달 중국 시안에서 대학을 졸업한 왕모(24)씨는 최근 베이징의 대기업과 현지 BYD 입사를 놓고 고민하다 BYD를 선택했다. 중국 청년들의 로망이라고 불려 온 베이징 입성을 포기하고 BYD 부품 엔지니어의 삶을 택한 셈이다. 그는 “베이징 후커우(시민권)보다 BYD 사원증이 낫다”며 “주변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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