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까진 비행기, 우크라선 열차로… 이동에만 27시간
“2박을 더해야 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게 됐다.”
윤 대통령이 2박3일 일정의 폴란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려던 14일(현지 시각) 오후, 바르샤바 현지 한국 프레스센터를 찾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단에 이렇게 알렸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출발하기까지 2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 관계자는 “새벽 2시 정도까지가 가장 위험한 시간”이라며 일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엠바고)를 요청하면서 국내로 국제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것도 자제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기자가 아닌 분은 프레스센터에서 나가 달라”면서 한국 기자들에게도 “브리핑 내용을 노트북으로 타자하거나 녹음하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수행원들과 동행 기자단 수하물을 귀국편 공군 1호기에 실으려고 거둬 갔다가 반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무박3일 일정으로 전격적이고 극비리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14일 오후 4시 40분쯤 바르샤바대 강연을 마치고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자동차와 열차를 번갈아 타며 15일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샤바를 떠나 키이우까지 14시간, 다시 바르샤바로 돌아올 때까지 13시간 등 이동에만 총 27시간이 걸렸다. 이 루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이 키이우를 방문할 때 이용한 것과 비슷한 경로다. 기사다 총리는 지난 3월 키이우 방문 때 폴란드 제슈프 공항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자동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프셰미실 기차역에 도착해 키이우행 열차에 오르는 모습이 일본 방송에 포착됐었다. 윤 대통령은 키이우에 11시간 머물렀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젤렌스키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한 부인 젤렌스카 여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나토·폴란드 순방이 임박해서도 외교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의 방문 요청이 전달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 나설 때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를 진행했다. 다만 최종 방문 결정은 폴란드 현지에서 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변 안전, 경호 문제 등이 녹록지 않아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일부 외신 등이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을 보도했을 때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황(戰況) 등 안보 정세와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물밑에서 우크라이나행을 검토·진행해 온 것이다.
우크라이나 방문에는 김건희 여사가 동행했고 수행원은 최소화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통역, 경호처 관계자들 정도였다. 대통령 순방단에 동행한 기자들은 우크라이나 방문에 동행하지 않고 바르샤바에 머물렀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월 키이우를 방문할 때 백악관 풀 기자단을 통상 인원(13명)보다 적은 2명만 동행시키는 등 수행 인력을 최소화했다.
키이우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인근 부차시(市) 학살 현장과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부차시는 작년 2월부터 약 한 달간 러시아군에 점령됐을 때 민간인 대량 학살 증거가 발견된 곳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하고 키이우의 대통령 공관인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건희 여사는 젤렌스카 여사와 함께 키이우의 아동 권리 보호 센터를 찾아 어린이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아이들 그림을 한국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마지막 일정으로 키이우의 오흐마디트 국립아동병원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나 대한민국 어린이나 모두 할아버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손주들”이라며 “잘 치료받아서 멋지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한국어로 ‘우크라이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손편지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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