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복수 당적 금지, 득보다 실이 많다

기자 2023. 7.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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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했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도 비례투표 용지에 당명을 올리고,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중 어느 한쪽에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엔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거대 양당에 유리한 위성정당은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심 의원 스스로 얘기했듯이 법 규정을 통해 위성정당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당정치의 실질적 민주화와 다원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 관련 제도를 더욱 본질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심 의원이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보다 먼저 요구한 내용은 ‘다원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합의’하라는 것이다.

그의 요구처럼 다원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더 확대해나가야 한다. 위성정당 문제의 본질도 소수 정당에 의석을 보장해주자는 의도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 것에 있다. 다원적 민주주의는 소수를 차별하지 않고 민주주의 절차에 포함할 때 가능하다.

소수의 정치적 반영은 비례대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때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일지라도 봉쇄조항 수준이 높으면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다수대표제일 경우에는 특히 그렇지만 비례대표제일지라도 정치적 소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연합 정치를 광범위하게 허용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은 이중 당적 혹은 복수 당적을 허용하거나 선거 연합에 정당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소수는 항상 불리하다. 합의제 민주주의로 보완할 때 소수를 포괄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선거 제도에서 합의제 민주주의적 보완은 비례대표제를 광범위하게 도입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소수의 연합을 보장하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정치적 대변이 어려울 때 여러 세력들이 연합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법과 선거법은 소수의 연합을 크게 제한한다. 그 대표적 조항이 이중 당적을 금지하고 비례대표 후보명부를 정당에만 허용하는 것이다.

정당법 제42조 2항은 두 개 이상 정당의 당원 가입을 금지하고, 제55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이중 혹은 복수 당적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물론 정당은 다른 사회집단과 달리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조직이다. 그러므로 복수 당적을 이용한 폐해를 방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허용에 따른 이익과 금지에 따른 폐해도 있다.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공고화된 지금 복수 당적 금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복수 당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소수의 대변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개별 정당과 연합 정당에 동시 가입하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 현행 선거법처럼 비례대표 후보를 정당에만 허용하는 제도를 유지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선거 연합에도 정당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탈리아가 대표적 사례인데, 선거 연합에도 정당처럼 후보명부 제출과 교섭단체 구성 등을 보장한다. 그에 따라 단순 다수제를 근간으로 한 제도에서도 다양한 소수 정당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연합을 통해 활동한다.

공직선거법 제28조 1항은 무소속 후보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제외하고, 제189조는 비례대표 의석배분을 정당에 한정하고 있다. 단일 정당화하지 않는 한 다양한 소수 정당들이 연합을 통해 비례 의석을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선거 연합에 정당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한다면 함께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정당 외의 조직에 참정권을 제한하므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실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인데도 의회에 진출할 정도의 정치적인 힘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비례대표 후보추천 방식을 다양화해 정당에 한정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추어 민주주의 4.0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법과 선거법은 아직 민주주의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하고 다각화된 정치 참여 방식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대변 방식도 그에 맞추어 수정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특히 소수의 정치 참여가 제한되는 한 다원적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다수결 민주주의에 국한된 민주주의는 보수화되고 정체될 수 있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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