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절박한 ‘중소돌’과 갈증 큰 해외 K팝 팬 연결로 ‘윈윈’

김윤진 기자 2023. 7.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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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팝 팬덤 태동기부터
정보-경험 부족한 기획사에 어필
스타와 접점 찾는 해외팬 공략해
갈증 해소하는 플랫폼으로 도약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이크스타 본사에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과 굿즈들이 진열돼 있다. 메이크스타는 팬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굿즈를 판매할 수 있는 팬덤 플랫폼을 구축해 특히 인력과 자원이 한정적인 중소 기획사들의 저변 확대를 도왔다. 조성은 DBR 인턴연구원
한류를 등에 업고 K팝과 K드라마, K영화 등의 인기가 고공비행 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엔터테인먼트사가 곧장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소셜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팬과 직접 소통하거나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자체 채널을 가진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와 커머스 기능을 망라한 글로벌 팬덤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는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위버스’를 운영하는 하이브, 계열사 디어유를 통해 ‘버블’을 운영하는 SM엔터테인먼트 정도다.

막강한 콘텐츠 파워와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무기로 거대 플랫폼으로 도약한 위버스와 버블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파편화된 서비스들을 경쟁적으로 인수합병하는 상황에서 제3의 플랫폼이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틈새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와 지식재산(IP) 없이 플랫폼만 가지고 350곳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사를 입점시키고 새로운 커머스의 장을 열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FNC엔터테인먼트의 창립 멤버인 김재면 대표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직을 약 6년간 지낸 채영곤 영업총괄이사가 의기투합해 창업한 메이크스타다. 대형 연예기획사 주도로 팬덤 플랫폼이 재편되고 있는 큰 흐름 속에서 메이크스타는 어떻게 플랫폼 하나로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7월 1호(372호)에 실린 메이크스타의 성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중소돌’의 페인포인트에 주목

‘엔테크’(엔터테인먼트+테크)를 표방하며 2015년 12월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론칭한 메이크스타는 창업 초기 대형 팬덤 플랫폼에 참여하지 못하는 중소 엔터테인먼트사들을 흡수하면서 서서히 세를 키웠다. 그리고 이제는 데뷔 전, 갓 데뷔한 신인 그룹들은 물론이고 블랙핑크, NCT DREAM, 아이브, (여자)아이들 등 대형 아티스트의 앨범, 화보집, 팬미팅, 콘서트까지 유통하는 플랫폼이 됐다.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소위 ‘중소돌’(중소 기획사의 아이돌)이 차트 진입과 같은 성과를 보기란 기적 같은 일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대학 밴드 동아리 선후배들과 함께 차린 FNC엔터테인먼트를 키우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자원이 한정적인 중소 기획사들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성공의 문을 넓히기 위해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봤다.

김 대표는 K팝과 해외 팬들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결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존 기획사들이 잘하던 것을 계속 잘할 수 있도록 돕되 산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던 높은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기술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획사 창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기존 회사들과 상생 혹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면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앨범 성적 하나에 회사의 뿌리부터 흔들리는 중소 기획사들이 아직은 불모지인 해외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맞춤형 상품을 유통한다면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할 때보다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 같았다.

● 온라인 발품 팔기로 데이터 깜깜이 탈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창업자들조차 플랫폼 사업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입점시키고 함께 상품을 유통하자고 설득하는 것부터 녹록지 않았다. 업의 특성상 아티스트의 브랜드 평판이 핵심 자산인데, 검증되지 않은 신생 플랫폼에 아티스트의 얼굴이 담긴 굿즈나 서비스를 섣불리 노출시켜 이미지를 소진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이에 메이크스타는 주먹구구식이라도 데이터를 모아야 기획사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봤다. K팝을 사랑하고 소통과 연결의 기회에 목말라하는 해외 팬들의 갈증을 보여주면서 설득해야 했다. 김 대표는 일단 온라인에서 전 세계 팬클럽을 수소문했다.

다행히도 막무가내 연락에도 해외 팬들이 적극적으로 화답해 줬다. 통상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 기업이 당면하는 어려움은 소비자들이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솔직하고 상세한 피드백을 주는 것을 주저하거나 귀찮아한다. 하지만 K팝 팬들은 일반 소비자들과는 달랐다. 이들은 직접 굿즈를 주문하거나 가수를 만나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던 이들에게 메이크스타라는 플랫폼의 등장은 일종의 동아줄과 같았고, 이들은 기꺼이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었다.

이 같은 수요를 간파한 메이크스타는 팬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국가별 팬들의 참여 및 구매 의사, 지불 희망 가격, 예상되는 매출, 마케팅 효과 등을 담은 분석자료와 결과 리포트를 작성했다. 테크 플랫폼을 표방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대단한 분석 도구나 방법론을 동원한 게 아니라 팬들이 있는 곳을 직접 두들겨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손에 잡히는 숫자와 팬들의 생생한 반응을 보여주면서 설득하자 기획사들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고, 동방신기 멤버였던 김준수(JYJ)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물꼬가 터졌다. 김재면 메이크스타 대표는 “기획사들의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 유통의 전 과정을 함께한 결과 긴밀한 협업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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