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망설에… 모습 드러낸 ‘불사조’ 주윤발
中 매체 인용해 국내서도 보도
1986년 개봉한 영화 ‘영웅본색’에서 주연 마크 역을 맡은 주윤발(周潤發·저우룬파)은 총알이 빗발치는 거리를 맨몸으로 달려도 죽지 않는 ‘불사조’다. 37년이 지난 요즘, 현실 속 주윤발도 마찬가지다. 사망설(說), 혼수상태설 등 온갖 설이 끊이지 않지만, 그때마다 대중 앞에 건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4일 한국 매체들은 ‘주윤발이 혼수상태’라고 중국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5일 주윤발은 홍콩에서 신작 영화 ‘날 도박의 신이라 부르지 마’의 무대 인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트위터에서는 “총알 40발을 맞고도 되살아난 영화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주윤발 위독설’이 퍼진 것은 지난 6일이다. 주윤발이 4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자 이틀 뒤 홍콩의 일부 유튜브 채널·블로그가 ‘주윤발이 코로나 감염 후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렸다. 중국 본토 매체 시나연예는 13일 이 같은 소식을 뒷북 보도했고, 한국 매체들이 14일 이를 인용했다. 홍콩에서 시작된 가짜 뉴스가 일주일 넘게 걸려 한국에 상륙한 셈이다.
주윤발의 사망·위독설이 유독 잦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가 높은 데다 ‘홍콩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소규모 연예 매체나 개인 유튜버들이 주기적으로 조회수를 노려 가짜 뉴스를 풀고, 이를 중국 본토 인터넷 매체들이 받아쓰며 확산된다.
2017년에도 가짜 사망 뉴스가 퍼졌는데, 구체적 사망 시각과 방송 화면 이미지가 포함돼 있어 많은 사람이 속았다. 올해 1월엔 홍콩 배우 성룡과 유덕화가 참가한 장례식장 사진이 ‘주윤발 비밀 장례식’이란 제목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돌았다. 구글에서 한자로 ‘주윤발’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별세·서거를 뜻하는 ‘취스(去世)’가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팬들이 주윤발에게 “제발 생존 신고용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해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주윤발은 1997년 중국 반환 이전 홍콩의 호황기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다. 1980~1990년대 그가 출연한 ‘영웅본색’ ‘첩혈쌍웅’은 홍콩 누아르(어두운 분위기의 범죄 영화) 전성시대를 열었다.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다니며, 불붙은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붙이는 장면은 영웅본색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화권 영화뿐 아니라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코드네임: 콜드워’ 등 할리우드 영화에도 출연해 ‘국뽕 연예인’으로 분류된다.
2003년 연예인 최초로 홍콩 중학교 중국어 교재에 일대기가 실리면서, 그는 연예계 스타에서 홍콩인 전체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교재에는 그가 노점상 홀어머니와 살면서 공장의 임시 직공, 우편배달부, 웨이터 등을 거쳐 할리우드까지 노리는 배우가 된 이야기가 12쪽에 걸쳐 담겼다. 스타가 되기 전 그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도박 중독에 빠진 어부였던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자 15세에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방송국 공채 연기자가 됐지만 수년간 단역을 전전했다. 31세 전까진 영화계에서 ‘출연하면 쪽박’이란 의미로 ‘독약발’로 불렸다.
홍콩의 상징이 된 그는 55세 때인 2010년 ‘사후(死後)에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내가 벌어들인 것일지라도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기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그의 재산은 약 8억5600만 홍콩달러(약 1395억원)였다. 2018년 그가 이 약속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했을 때 그의 재산은 56억 홍콩달러(약 9122억원)로 불어나 있었다.
홍콩이 위기에 놓였을 때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2014년 홍콩에서 행정장관(일인자)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 혁명’이 일어났을 때 학생 시위대를 비난한 성룡과 반대로 이들을 공개 지지했다. 2019년 홍콩에서 집회·시위 때 복면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자 검은 복면을 쓰고 거리에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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