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해운업 미래, 국적 선원 확보에 달렸다

염창현 기자 2023. 7.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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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근무 여건 등으로 젊은 선원 갈수록 줄면서 업계의 고사 위기감 증폭
튼실한 유입 방안 수립해 해운 강국 지위 유지해야

지난 14일 한국원양산업협회 대회의실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해외매장 원양어선원 국내 이장을 위한 유해 인도식’이었다. 이날 해양수산부와 협회는 그동안 스페인 라스팔마스에 안치돼 있던 우리나라 원양어선 선원 3명의 유해를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선원들은 35년 전 해상에서 조업 중 목숨을 잃은 뒤 그곳에 묻혔다. 찾는 이도 없는 머나먼 이국땅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선원들은 이제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수부에 따르면 아직도 해외에는 고국에서 영면하지 못한 선원이 248위나 된다. 이들은 스페인 라스팔마스와 테네리페 사모아 수리남 앙골라 피지 타히티 세네갈 등에 안치되어 있다. 이들 지역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이 왕성하게 조업을 했던 곳이었던 만큼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선원들도 많았다. 정부는 이들의 넋을 기리고자 라스팔마스 등의 묘지에 위령탑을 세우고 납골당도 만들었다.

40, 50년 전 우리나라 경제가 도약을 시작하던 시기에는 원양상선이나 어선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배에 올랐다. 이들은 열악한 조업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금처럼 선박이 현대화된 것이 아니어서 사고 발생 위험도 컸다. 그랬기 때문에 정부는 그 당시 원양어선 선원들의 이 같은 사투가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밑바탕이 됐다고 단언한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엄청나게 달려졌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각종 산업이 발전하면서 해운업에 대한 구직자의 선호도는 예전만 못하게 됐다. 고소득·전문직이라는 위상도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요즘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육상과 떨어진 망망대해의 근무는 젊은 층들의 관심 대상서 벗어나 버렸다. 해수부는 실태 분석을 통해 장기간·장시간 근무, 열악한 근로 여건, 다른 직종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상승률, 까다로운 해기사 면허 취득 등이 국적 선원의 매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분석의 타당성은 해수부 자료에서도 증명된다. 2000년에 5만9000명이던 국적 선원은 2010년 3만9000명, 2022년 3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고령화율은 44%에 이른다. 50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 수치는 68%까지 높아진다. 해양계열 대학이나 해사고 등을 통해 연 1500여 명의 해기사가 신규 배출되지만 5년 이내에 육상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비율도 78%나 된다. 이러니 선장이나 기관장 부족이 심화돼 외항상선의 경우 2032년이 되면 58%가량은 원활한 운항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적 선원 부족이 발등의 불이 되자 해수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는 지난 11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승선 기간 및 유급휴가 체계 국제 수준으로 조정, 선내 초고속 인터넷 구축 및 원격의료 장비 설치 확대를 통한 근무 환경 개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대책 강화, 해기사 면허 승급 소요 시간 단축 등이 담겼다. 또 선원의 실질 소득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월 300만 원 수준인 외항상선 및 원양어선 선원의 근로소득 비과세 금액 확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통해 민영주택 특별공급 대상에 외항선박 선원 포함 추진 등이다.

해수부는 이 같은 대책이 효력을 발휘하면 2030년에는 신규 취업 선원의 5년 내 이직률이 5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현재 9003명인 외항상선 가용 인력을 1만2000명으로, 신규 해기사 공급 규모를 1553명에서 2200명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설명회에서 청년들이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에서는 젊은 층 부족 현상이 비단 해운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수부의 이런 방안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 정도의 유인책으로는 바다에서 관심이 멀어진 청년들을 다시 불러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논리다. 해수부도 이런 우려를 모르고 있지는 않을 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적 선원 부족을 팔짱만 낀 채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수부는 이번 대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뚝심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꾸준한 국적 선원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운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해운 강국은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염창현 세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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