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명 피해…장마 대비 소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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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후반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진 장맛비로 전국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른다.
충북 오송에선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 버스 승객 등 십수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경북 포항 지하주차장과 서울 신림동 반지하주택 참사는 물론, 부산 우장춘로(2014년)와 초량 지하차도 사고(2020년)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도 이렇게 안이하다.
이번에 큰 인명 피해가 난 경북 예천도 평소 산사태 주의구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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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후반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진 장맛비로 전국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른다. 충북 오송에선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 버스 승객 등 십수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북 예천에선 산사태에 주택이 매몰돼 20여 명이 희생됐다. 16일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사망 혹은 실종자는 50명에 육박한다. 12년 만에 최대다. 시간당 5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는 강원 충청 전라 경북 등 중부지방에 집중됐다. 13개 시도 90개 시군구에서 발생한 이재민만 8000여 명이다. 부산 경남에서도 축대나 담장 붕괴, 주택과 차량 침수가 잇따랐고 낙동강 하류는 어제 오전 한때 홍수 가능성 때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비 피해에서 안타까운 건 지하차도 참사가 또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충북 충주시 오송 일대에는 지난 14, 15일 400㎜가 넘는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결국 15일 오전 8시40분께 미호강이 범람했고, 터져나온 강물이 빗물과 함께 길이 430m인 궁평 제2지하차도를 불과 2~3분만에 가득 메웠다. 출근시간 이동 중이던 버스와 승용차 15대가 고립된 채 잠기는 건 순식간이었다. 궁평 지하차도는 하천과 가까워 물난리에 취약한데도 관할 지자체는 당일 새벽 4시10분 홍수경보에도 불구하고 4시간이 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다. 장마철 제방 관리도 부실했다. 지난해 경북 포항 지하주차장과 서울 신림동 반지하주택 참사는 물론, 부산 우장춘로(2014년)와 초량 지하차도 사고(2020년)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도 이렇게 안이하다.
올 들어 새롭게 등장한 기상용어가 ‘극한호우’다. 시간당 30㎜ 이상이면 집중호우로 분류하는데, ‘시간당 50㎜ 이상’과 ‘3시간 90㎜’를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사용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13년 48건, 2017년 88건, 지난해는 108건이 극한호우 범주라고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이상 패턴이 잦아지는 것이다. 이러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사고가 돌출한다. 이번에 큰 인명 피해가 난 경북 예천도 평소 산사태 주의구역이 아니다. 그러나 잦은 비로 물러진 지반에 다시 물폭탄이 떨어지니 속수무책이다. 재해 전문가들은 이상기후 수준이 기존 방재대책으로는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식적으로 장마가 시작된 이후 중부와 남부지방엔 각각 500㎜ 가까운 비가 내렸다. 예년과 비교하면 이미 10~20% 많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18일까지 중부지방엔 최대 300㎜가 더 쏟아질 것이라는 게 기상청 예보다. 부산 울산 경남에도 200㎜ 안팎이 예상된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같은 유형이 반복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해마다 터지는 지하공간 침수뿐만 아니라 붕괴 유실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는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대비책을 국가 안전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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