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과문불입’과 김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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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백성이 평화로운 시절로 요순시대를 꼽는다.
하늘과 땅의 순리를 따르는 요임금 순임금이 다스리던 이 시기 백성은 태평성세를 누렸다.
잊을 만하면 제방이 터져 집과 가축이 물길에 쓸려가고 비옥한 밭이 황폐해졌다.
우임금이 이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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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백성이 평화로운 시절로 요순시대를 꼽는다. 하늘과 땅의 순리를 따르는 요임금 순임금이 다스리던 이 시기 백성은 태평성세를 누렸다. 하지만 두 임금 모두 인간의 마음을 살 수는 있었으나 자연을 뜻대로 관리하진 못했다. 황하 유역의 수해다. 잊을 만하면 제방이 터져 집과 가축이 물길에 쓸려가고 비옥한 밭이 황폐해졌다. 치수(治水)는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우임금이 이를 해결했다. 우임금은 아버지인 곤의 시행착오를 극복했다.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는 데만 주력하다 실패한 곤과 달리 물길을 터 물난리를 이겨냈다. 그저 이뤄진 게 아니었다. 세찬 비에 머리를 감고 거센 비람에 빗질을 하며 갖은 어려움을 견뎠다. 목우즐풍(沐雨櫛風)이다. 뿐만 아니다. 자기 집 문앞을 세 차례나 지나면서도 들르지 않았다. 과문불입(過門不入)이다. 하나라를 열고 대우(大禹), 위대한 우임금이라 불리는 연유다. 공자 제자인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임금은 물에 빠진 백성이 있으면 자신이 그를 빠트린 것처럼 여겼다.”(‘맹자’ 이루장구 하)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막대하다. 신속한 피해 복구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을 위한 따뜻한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온 국민 마음이 한결같지 싶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과정에서 전해진 소식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논란’이다.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및 폴란드 방문에 이어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 방문까지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 와중에 김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개최지인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명품 쇼핑을 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 여사가 무엇을 사고 얼마를 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야당이 시비를 걸 여지는 충분하다. 왜 특이한 행동으로 기사거리 만드느냐는 비판을 초래했다.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를 대놓고 깎아내려서도 안 되지만 김 여사 스스로 행동거지에 누구보다 조심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대통령실이 합당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자칫 윤 대통령 순방 성과마저 흠이 생길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장마 피해와 명품 쇼핑과의 연관성은 떨어지나 결과적으로 ‘그냥 지나치고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우임금은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걸 보면서 치수에 매달렸다. 그만큼 진심이었다. 김 여사를 두고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여전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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