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해양환경규제 강화, K-조선기자재 성장 기회로
지구 지표면은 육지 30%와 바다 70%로 구성됐다. 해운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해 국가 단위로 환산하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오염원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일 영국 런던에서 끝난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2023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채택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8년 총배출량보다 50% 감축하기로 했던 기존 목표를 상향했다. 이에 각국은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 최소 70%를 감축한 뒤 2050년에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강화된 국제해양환경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조선업계는 최근 친환경선박의 발주 비중이 높아진 만큼 친환경 핵심기자재를 국산화해 수익성과 수주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개발을 선도해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지금도 선박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고대기술인 돛을 이용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풍력추진선박은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이다.
풍력추진선박은 스포일러 등 구조물을 갑판에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어 기존 선박시장에서도 확대가 예상된다. 수소는 탄소성분을 갖지 않는 온전한 친환경연료이나 영하 253℃의 극저온에 보관해야 하는 등 취급이 쉽지 않다. 또한 해외 대형선사는 친환경 메탄올을 해결책으로 보고 현재까지 총 25척의 메탄올 추진 선박을 주문했다. 그린 메탄올은 바이오매스나 물을 분리해 생산할 수 있는 저탄소 연료이나 이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 생산량의 한계가 있다. 배터리는 또 다른 대안이나, 현재는 유람선처럼 단거리 항로의 소형 선박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대양을 횡단하는 대형 화물선에는 풍력과 태양광 패널을 결합해 화물선에 동력을 공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제안 기술들은 사용자의 검증을 거쳐 가장 경제적인 방향으로 기술적 성취가 이루어질 것인데, 우리나라가 이를 주도해야 한다.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과 함께, 우리가 강점을 가진 ICT기술이 접목된 ‘항로최적화기술’은 선박운항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운항지원기술로 전 세계 선박에 공급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아이템이다.
친환경선박은 친환경 조선기자재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국내 조선업은 조선기자재산업 중심으로 조선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781만 CGT 대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516만 CGT(시장 점유율은 29%)이고, 중국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은 1043만 CGT이니 그리 장밋빛만은 아니다.
특히 조선기자재업계는 선박 한 척에 하나씩 들어가는 기자재가 많으니 수주량보다 척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통계로 중국과 한국의 수주 척수는 각각 866척과 303척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이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함을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산업은 중국과 같은 저비용 국가와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에 우리는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선도적 기술개발과 함께 국제표준화를 주도해 전 세계 모든 조선소에서 K-조선기자재 없이는 친환경선박 건조가 불가능하도록 절대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고객맞춤형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기자재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산업분류와 통계체계를 구축하고 수출경쟁력을 위해 맞춤형 기술개발과 글로벌시장 판로개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IMO에 밀착 대응해 세계표준을 선도할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될 때 2050년 ‘넷제로’라는 강화된 세계적 해양환경규제는 오히려 K-조선기자재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회요소가 될 것이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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