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만인을 위한, 그러나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청년기본법’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시민을 청년으로 정의한다. 오랜 논의 끝에 확립된 청년의 범주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왜 청년의 기준이 34세여야 하는지 의문을 남긴다. 그리고 대개 그 목소리의 끝에는 현재의 연령 기준으로는 자신이 더 이상 청년 지원사업을 받을 수 없다는 한탄이 섞여 있다.
그들은 만 34세 이하의 청년에게만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또 다른 차별이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배제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렇다면 정말 청년의 연령 기준을 늘리는 것이 옳을까. 청년의 범주를 넓히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청년기본법을 제외하고, 지자체별 청년 조례의 연령 기준을 살펴보면 이미 지역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이 세워진 것을 알 수 있다. 광역시급의 도시가 아니라면 대부분 39세 혹은 40세를 훌쩍 넘는 여유로운 청년 기준을 제시한다. 지자체의 논리는 단순하다. 청년의 기준을 만 34세로 규정할 경우 정책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절대적인 시민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청년이라는 정체성으로 상호 20년의 격차를 지닌 시민이 만나 서로 다른 필요와 어려움을 말한다.
반면 광역시에서는 청년의 연령 기준이 늘어나면 청년정책이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청년이 아닌 행정을 위한 조정이다. 청년의 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청년인구의 유입을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그 즉시 청년인구의 숫자가 증가한다. 30대 후반까지 청년으로 부를 수 있기에 신규 정책을 개발하는 수고도 덜고, 여러 사업을 ‘청년정책’으로 리브랜딩해 청년 관련 예산의 몸집을 부풀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 모두가 청년이 될수록 ‘청년기본법’이 해결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문제는 흐릿해진다는 점이다. 청년정책은 사회 진출과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늦어지는 이행기 청년의 사회적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청년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청년정책’은 오직 청년이라는 연령 기준만으로도 공적자금을 획득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어 버렸다.
지난 시간 청년정책의 성과가 불명확했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청년의 연령 기준이 좁아서가 아니라 정말 청년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만 19세에서 34세 이하의 청년을 위한 맞춤형 사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업지원 사업에 청년이 붙고,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에 청년이 붙었다. 지역 중점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 인건비 보조사업도 어느 순간 ‘포괄적 청년정책’이 되었다. ‘청년정책’ 사업이 사회진출을 앞둔 청년의 고민을 담아내지 못했기에 청년의 연령 기준도 무의미해졌다. 만약 지금처럼 연령 기준을 바꾸어도 정책 방향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연령에 따라 세심하게 고려한 정책사업을 시행하지 못했다는 뜻일 것이다.
참고로 창업지원사업은 예비 창업 단계와 초기 창업 단계, 성숙 창업 단계를 구분해 지원한다. 나는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위해 20세에서 40세까지 청년 범주를 늘린 것처럼 초기 창업 기업도 사업자 등록 후 5년 이내 기업이 아닌 20년 이내 기업으로 대상을 늘려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창업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모두가 초기 창업 기업인 것이 좋지 않은가.
분명한 것은 모두를 위한 정책은 누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든 것처럼 초기 창업 기업의 대상을 늘린다면 분명 잔뼈가 굵어진 10년 차 이상의 기업이 모든 초기 창업 지원금을 획득할 것이다. 초기 창업 지원 사업이 이제 시작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청년정책도 본래의 목적에 따라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을 집중적으로 보조하는 것이 맞다.
지금 ‘청년기본법’이 만들어진 처음의 목적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적 자금으로 청년 세대를 왜 지원해야 했는지 처음의 문제 지점을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청년이 되고 싶은 사회다. 명확하고 선명한 기준이 없다면 청년의 기준은 곧 40세가 아닌 50세까지 넓어져 만인을 위한, 그러나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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