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래의 오염수 헌법소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종합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한 점을 바탕으로 원전 주변 어민과 주변국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IAEA의 제한적 조사로 사고 원전에서 배출되는 위험한 핵종들이 제대로 정화될지,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돼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후쿠시마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 청구인단에 ‘고래’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류 외에 수많은 생물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생태계 대표로 넣는 것이다. 국민뿐 아니라 동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조치를 요구하겠다는 취지다.
우리 바다에서 자주 발견되는 고래는 밍크고래, 참돌고래, 상괭이, 낫돌고래, 남방큰돌고래 등 5종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고래가 자주 등장한다. 우영우가 ‘울산 앞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일본 서해안에서 잠을 잔다’고 언급한 종은 밍크고래로 추정된다. 이 고래들은 앞으로 오염수 바다에서 살아야 한다. ‘세슘 우럭’에서 보듯 해양 생태계 피해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동물들이 받을 고통과 피해를 대표하기 위해 고래를 원고인단에 포함한 것은 타당성이 충분하다.
동물이 주체가 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천성산 터널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때 도롱뇽이 소송 당사자였다. 2007년에는 폐갱도와 습지에 사는 황금박쥐, 수달, 고니 등 동물 7종이 ‘도로공사 결정 처분 무효’ 행정소송에 나섰다. 2018년에는 설악산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소송이 제기됐다. 하지만 법원은 동물의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동물과 환경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수많은 바다 생물에도 피해를 끼칠 게 분명하다. 고래도 권리 침해의 당사자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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