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디빌더 영장 기각, 설명 필요하다

경기일보 2023. 7.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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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발부는 사법부 고유의 판단이다. 사건 전체가 아닌 부분적 사실만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통상 ‘구속 및 도주 우려’ ‘증거 인멸’을 영장 기각의 기준으로 표현한다. 이걸 두고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사건 전체 및 모든 정황에 대한 고찰 기회가 일반인에게는 없다. 피상적인 모습만 인지한 상태에서 전체를 두고 판단한 판사 결정을 비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논란을 생각하게 하는 상황이 또 생겼다. 이른바 ‘인천 보디빌더 폭행사건’이다.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보디빌더 A씨 사건이다. 사건은 5월20일 오전 11시쯤 발생했다. A씨가 인천 남동구 아파트 상가 주차장에서 30대 여성 B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 현장에는 A씨의 부인과 남성 지인이 있었다. 사건 이후 피해 여성은 전치 6주의 병원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이 블랙박스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영됐다. 시청자들의 공분이 일면서 경찰수사도 본격화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바로 이 영장이 15일 기각됐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 상해다. A씨의 아내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인천지법 영장 전담 이규훈 부장판사가 비교적 자세하게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피의자의 주거·직업·가족관계와 증거 수집 현황 등을 고려했다”, “피의자의 진술 태도나 출석 상황 등을 봐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많은 경우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없다’로 간단히 표현된다. 이번 사건에 쏠린 많은 시선을 감안한 배려 내지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밝혔듯이 법원의 구속영장 처리는 고유 영역이며 섣부른 논쟁화는 지양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논쟁이 많다. 체육인 출신의 건장한 남성이 여성 주부를 상대로 폭행했다. 머리 끄덩이를 잡아 땅바닥에 끌었다. 충격적이게도 쓰러진 여성에게 두세 차례 침까지 뱉었다. 폭행과 모욕, 모멸의 끝판이다. 이 장면이 블랙박스에 녹화됐다. 더구나 그 영상이 전국에 방영됐다. 영장 기각 소식에 이견이 쏟아질 만한 여건이다. 이 정도 폭행은 구속이 안 되냐는 질문, 묻지 마 폭행에 대한 공포감 등이 얘기된다.

우리도 이 문제를 논평하는 데 조심스러운 점은 있다. 불가피하게 사건 상황을 묘사하면서 특정인에게 불리한 측면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판사는 사건 전체를 고찰했는데, 우리에게 공개된 정보는 극히 일부분뿐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 국민이 갖는 의아함과 궁금함을 전달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기각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주거, 직접, 가족관계의 어떤 면이 영장 기각의 사유가 됐는지 조금 더 설명해 줘야 한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법원이 그렇다. 그럼에도 여론은 원한다.

판사는 법으로 재판하고 결정한다. 그 법은 다수 국민이 만들었다. 많은 국민이 궁금해한다. A씨의 행동이 법에 맞는 행동인지, 국민이 용인할 행동인지, 그리고 구속 영장이 기각돼야 할 행동인지. 설명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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