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가 화장품 사업을? “학생 줄어 볼펜 덜 쓰니…”

정서영 기자 2023. 7.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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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볼펜'으로 유명한 문구기업 모나미는 최근 색조 화장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 부문에 화장품 제조·판매·도소매업을 포함시켰고, 화장품 제조 공장까지 새로 지었다.

60년 넘게 필기구 제조에 종사해왔던 기업이 화장품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바로 인구 감소 때문이다.

교복 브랜드인 '스쿨룩스'는 2019년부터 기업 유니폼 사업을 시작해 연간 약 50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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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대상 업체들 사업 다각화
문구 넘어 가방 제조-유통 나서기도
교복업체는 회사 유니폼 라인 확대
우유회사도 단백질 음료 속속 진출
‘모나미 볼펜’으로 유명한 문구기업 모나미는 최근 색조 화장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 부문에 화장품 제조·판매·도소매업을 포함시켰고, 화장품 제조 공장까지 새로 지었다. 기존 문구사업부와 별도로 화장품 개발연구실과 사업부를 만들어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60년 넘게 필기구 제조에 종사해왔던 기업이 화장품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바로 인구 감소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며 모나미의 매출은 지난해 1100억 원대로 2010년대의 2000억 원대에 비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모나미 측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기존의 잉크 생산 및 필기구 제조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펜슬형 아이라이너와 아이브로 등을 주요 품목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구·완구, 교복 등 아동·청소년을 주요 고객으로 하던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인구 감소가 현실이 되면서 기업도 사활을 걸고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또 다른 유명 문구업체인 모닝글로리는 가방 브랜드 ‘캠퍼스메이트’ 제품 라인업을 최근 확대하고 있다. 캠퍼스메이트는 원래 2008년 모닝글로리의 공책 브랜드로 시작됐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어들자 2018년부터 가방 제조·유통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브랜드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며 문구만으로는 사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유치원·초·중·고등학교 전체 학령인구는 627만7000여 명으로, 5년 전인 2018년(700만6000여 명) 대비 10.4% 줄었다. 5년 뒤인 2028년에는 524만3000여 명으로 16.5%, 10년 뒤인 2033년에는 432만5000여 명으로 3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성인층을 노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교복 브랜드인 ‘스쿨룩스’는 2019년부터 기업 유니폼 사업을 시작해 연간 약 50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등 우유업계도 소비가 줄어드는 우유 제품 대신 성인용 단백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매일유업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 매출은 2020년 500억 원대에서 지난해 1000억 원대까지 두 배가량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흰우유 매출이 8% 성장에 그친 점에 비교하면 성장세가 빠르다. 완구업체들도 어른이 된 뒤에도 장난감 등을 가지고 노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키덜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소비층은 현재 20, 30대인 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 세대다. 현재 학령인구인 1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아 잠재 고객층이 두껍다고 보는 것.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기준 전체 인구에서 20∼39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5.8%로, 0∼19세(15.5%)보다 10%포인트 이상 많다.

대부분 사회 초년생 또는 직장인이어서 구매력을 갖춘 데다 학창 시절의 경험 등으로 기업과 브랜드가 이들에게 친숙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급식 등으로 우유가 익숙한 20대 중반∼30대들에겐 원유 업계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구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변화를 택한 것”이라며 “인구 구조 변화가 급격한 만큼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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