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너영나영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임이 그리워 운다/ 너영나영 두리둥실 놀고요/ 낮이 낮이나 밤이 밤이나 상사랑이로구나.”
언제 누가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듣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지는 노래들이 있다. 소리꾼 김용우가 부른 ‘너영나영’도 그런 노래다. 제목은 ‘너하고 나하고’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국악계에는 ‘제주도 타령’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막걸리 한 잔 마시면서 부르기도 했다. “호박은 늙으면 맛이나 좋구요/ 사람은 늙으면 한세상이로구나” 등으로 변주되는 노랫말이 맛깔스러웠기에 젓가락 장단에 맞춰 부르기 좋았다.
재일교포 작가 양석일이 쓴 소설 <피와 뼈>를 영상화한 동명의 영화(사진)에도 이 노래가 등장한다. 소설은 일제강점기에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작가의 아버지로 상징되는 김준평의 이야기다. 작가는 평생 폭력을 휘두르며 살다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화해를 소설 속에 담고 있다. 재일교포인 최양일 감독이 기타노 다케시를 주연으로 하여 만든 영화로 김준평의 딸이 결혼을 하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축가로 등장한다.
‘희망가’로 알려진 ‘이 풍진 세상’ 역시 슬프고 애절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노래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1923년에 발매된 음반 <신식창가>의 수록곡으로 조선 권번 출신 박채선과 이류색이 불렀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곡에 가사를 붙였으며, 작사가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노랫말에 녹아 있는 삶을 응시하는 시선이 따스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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