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조선 건국일에 맞추려 한 제헌절
오늘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것을 기념하는 ‘제헌절’이다. 1948년 5월10일 총선거를 치러 구성된 제헌국회는 헌법을 만드는 일을 서둘렀다. 광복 후의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바이마르 헌법 등을 모방해 만든 우리나라 첫 헌법이 7월12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법은 그로부터 닷새 뒤인 7월17일에 공포됐다.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는 데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닷새를 흘려보낸 것과 관련해 ‘조선이 건국한 날과 맞추기 위함이었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태조실록> 등을 보면 1392년 7월17일에 이성계가 수창궁에서 새 왕조의 첫 임금으로 등극한 얘기가 나온다.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조선왕조의 법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는 아주 중요하므로, 닷새를 늦춰 역사적 상징성을 만든 일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옛 문헌 속의 날짜는 음력이다. <태조실록> 속의 7월17일도 양력으로 따지면 그해 8월5일이었다. 따라서 조선 건국일과 날짜를 맞추기 위해 7월17일에 헌법을 공포한 것이 사실이라면, 좀 부질없는 일을 한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번듯한 나라를 세우려 한 절절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헌절을 맞아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는 말들을 살펴보면, 발음이 비슷한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을 헷갈리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법률용어로서 ‘신문’은 “법원이나 기타 국가기관이 증인·당사자·피고인 등에게 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을 뜻하고, ‘심문’은 “법원이 당사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서면 또는 구두로 진술할 기회를 주는 일”을 의미한다.
즉 ‘신문’은 판사·검사·변호사 등이 ‘뭔가를 캐어묻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 말이고, ‘심문’은 판사가 ‘누구의 말을 들어주는 일’에 방점이 찍힌 말이다. 따라서 “증인을 신문하는 사람이 희망하는 답변을 암시하면서, 증인이 무의식중에 원하는 대답을 하도록 꾀어 묻는 일”을 뜻하는 말도 ‘유도신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유도심문’은 올라 있지 않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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