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틈새로 빛 보고 비 맞고… 새 명상관에 자연을 담았습니다”

원주=김민 기자 2023. 7.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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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82)는 대표작 중 하나인 일본 오사카 '빛의 교회'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내부 정면의 십자가를 막고 있는 유리창을 떼고 싶다고 했다.

빛의 교회는 벽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그는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도 지속적으로 방문해 빛의 공간처럼 언젠가 꼭 유리를 제거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그곳의 목사님은 저를 볼 때마다 '안도 씨, 절대 유리는 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갈 때마다 목사님을 설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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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뮤지엄산’ 개관 10주년 맞아 새 명상관 ‘빛의 공간’ 만든 안도 다다오 인터뷰
“‘플라톤의 입체’에서 영감 받아… 더 강렬한 느낌 주는 직선형으로
자연을 직접 마주할 공간 만들어… 한일, 문화교류하는게 좋다 생각”
안도 다다오가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의 개관 10주년을 맞아 설계한 ‘빛의 공간’에 16일 섰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며 연결돼 있다는 의미를 담아 천장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었다. 비가 내린 이날, 천장의 뚫린 틈으로 빗줄기가 그대로 내려왔다. 안도가 서 있을 때는 비가 별로 내리지 않았다. 원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82)는 대표작 중 하나인 일본 오사카 ‘빛의 교회’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내부 정면의 십자가를 막고 있는 유리창을 떼고 싶다고 했다. 빛의 교회는 벽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그의 소망이 드디어 이뤄졌다. 천장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하늘이 그대로 보이게 설계한 건축물이 한국에 만들어진 것. 강원 원주시 뮤지엄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안도가 만든 새 명상관 ‘빛의 공간’이다.

18일 개관하는 명상관을 16일 미리 찾았다. 노출 콘크리트로 된 건물은 삼각형 모양의 입구로 들어가면 정사각형으로 된 고요한 공간이 나타난다. 천장에는 십자가 모양의 틈이 있어 비 오는 날에는 떨어지는 비를 맞고, 맑은 날에는 태양 빛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빛의 공간에는 그 외 어떤 장식도 없다.

이곳에서 안도를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사람이 자연과 항상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5개의 장기를 떼내는 큰 수술을 두 번 받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있고 눈빛도 형형했다. 이번 명상관은 ‘플라톤의 입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플라톤은 물질의 4원소, 즉 물·불·흙·공기는 각각 정이십면체,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이며 우주는 정이십면체라고 봤다. 안도는 이러한 도형들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플라톤은 정사각형, 원, 삼각형 등 모든 형태의 원점인 개념들을 제시했죠. 그런 플라톤의 입체가 건축물이 된다면 이런 모양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도 지속적으로 방문해 빛의 공간처럼 언젠가 꼭 유리를 제거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그곳의 목사님은 저를 볼 때마다 ‘안도 씨, 절대 유리는 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갈 때마다 목사님을 설득한다”고 했다.

빛의 공간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하늘과 빛을 마주하지만, 야외보다 더 생생하게 자연을 만나게 된다. 2019년 안도가 이곳에 지은 ‘명상관’이 곡선의 돔 형태로 관람객을 감싸 안는 모양새라면, 빛의 공간은 직선형으로 더 엄숙하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그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은 결국 원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플라톤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로마의 신전 판테온의 천장에도 유리가 없는 원형 구멍이 있다. 그처럼 자연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뮤지엄산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안도 다다오-청춘’은 개최 3개월 만에 누적 입장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안도는 “나는 정치도 경제도 모르지만 (한일 양국 간) 문화는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을 한국인들이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고졸 출신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1995년)을 수상한 안도. 그는 “15세 때부터 열심히 아이디어를 연구하며 일사불란하게 일하면 결과가 나오는 것이 건축이라고 생각했다”며 “누군가 나를 볼 때도 그런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의 의뢰에도 깐깐하게 작업을 선택하는 그는 “‘내가 만든 것을 잘 사용해 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열심히 사는 사람과 함께 일한다”며 “뮤지엄산은 앞으로 200, 300년 이상 사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뮤지엄산을 비롯해 제주의 본태박물관과 글라스하우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등을 설계했다. 국내에서 새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지금은 없다고 답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와 꿈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달리고 싶습니다.”

원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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