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협치로 가는 길: 연동형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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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 시대 정치마저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그동안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협치를 촉진하고 정치안정과 높은 정책성과를 내는 데 효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양당 정치인들에게 마냥 불리한 제도도 아니다.
부디 21대 국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을 통해 적대정치를 협치로 전환한 국회로 기록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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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 시대 정치마저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협치와 국민 화합을 도모하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2022년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을 정당 지지자들 간 갈등이 조사대상 19개국 중 가장 심한 나라로 평가했다. 한국의 양대 진영 간에는 일찍이 플라톤이 우려한 “국가 파멸에 이르는 내란”에 준하는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정치위기를 불러온 주범 중 하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다. 승자독식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협치를 들러리나 야합으로 타락시키고, 민심을 왜곡시키며, 약자 소외, 난제 해결의 회피, 저질 입법의 양산, 정권교체로 인한 정책 뒤집기 등 온갖 병폐를 빚어 왔다. 지난 4월 500인회의 공론조사에서 84%의 응답자들은 선거제도 개혁을 지지했다. 선거제도 개혁이 민심이며 국민의 명령임이 확인된 것이다.
정치위기의 해결책으로 종종 중대선거구제가 거론되지만, 중대선거구제만으로는 양당제의 독과점 폐해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2∼4명의 당선자를 내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 2022년 지방선거의 결과는 당선자의 94%가 양대 정당 소속이었다. 양당의 독과점 지배는 개선되지 않았다. 500인회의 공론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소선거구(56%)를 중대선거구(40%)보다 16% 이상 더 선호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병폐는 비례대표제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500인회의 공론조사에서도 70%의 응답자들이 비례대표제의 강화에 찬성했다. 비례대표제의 국제적 성공 사례는 적지 않고, 이에 관한 연구도 상당히 축적되었다. 그동안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협치를 촉진하고 정치안정과 높은 정책성과를 내는 데 효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제도 개혁안으로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물론 비례대표제가 우리에게 생소한 선거제도는 아니다. 기존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비례대표 47석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난 총선 때 적용된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이 전체 의석의 15%에 불과했고, 정당 득표율이 의석배분에 절반만 반영된 데다, 위성정당까지 등장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위성정당의 출현이 금지될지라도, 이 제도로의 소폭 개선으로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의 병폐를 해소하기 어렵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모델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 익숙한 우리가 수용하기에 무난한 비례대표제다. 더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양당 정치인들에게 마냥 불리한 제도도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살리는 선거제도 개혁의 기본 골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한다. 둘째, 비례대표 의석을 ‘득표율 5%나 당선자 3석’ 이상 얻은 정당에 배정한다. 셋째, 시·도 중심의 16개 권역(세종시는 충남에 포함)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넷째, 지역구 후보는 동시에 권역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수 있으며, 후보 공천과 순위는 해당 지역구 또는 권역별 당원이나 대의원의 비밀투표로 결정한다. 다섯째, 초과의석 발생으로 인한 추가경비는 국회의 경비 절감분으로 충당한다.
부디 21대 국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을 통해 적대정치를 협치로 전환한 국회로 기록되길 희망한다. 국회는 500인회의 공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의에 따라 곧장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 만일 선거법 개정에 합의하기 어렵다면, 여야는 차선책으로 500인회의를 재개하고 민의를 수렴해 마련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내년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과연 어느 정당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당인지, 역사와 유권자는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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