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민주당 혁신위, 성공 가능성은?

신율 2023. 7.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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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당의 혁신위가 암초를 만났다. 그런데 그 암초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 내부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 혁신위가 불체포 특권 포기 결의를 민주당에 요구했지만,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는 이런 요구에 반응하지 않았다. 또한 혁신위는 꼼수 탈당을 방지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당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까, 혁신위는 “혁신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민주당은 혁신위를 ‘혁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위해서 구성한 것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불체포 특권 포기 결의를 주저하는 이유는, 아마도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이 20명이라는 검찰 공소장 내용과 관계있을 듯싶다. ‘언젠가는’ 이들도 검찰의 소환을 받을 것이고, 이들 중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불체포 특권 포기 결의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이렇게 행동하나, 저렇게 행동하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만일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 모습이 전파를 타게 되면, 민주당은 부패 정당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검찰의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며 검찰 소환을 거부할 경우에는, ‘방탄 정당’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 소환 거부는, 제도를 무시하는 ‘특권적 행위’라는 비난마저 들을 소지가 있다. 이렇듯 이래저래 욕먹을 상황이면, 차라리 거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부패 정당의 이미지보다는 방탄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차라리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 혹은 정치인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도,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정당 혹은 정치인의 이미지는 ‘축적의 결과’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에 형성된 방탄 정당의 이미지는 어쩔 수 없지만, ‘부패 정당’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검찰의 영장 청구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이런 ‘가상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민주당의 ‘생각’을 혁신위는 잘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혁신위가 정당의 눈치를 봐서는 제대로 된 혁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당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당의 입장은 고려해야 명분도 살리고, 자신들의 체면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눈치’와 ‘입장’은 다르다. ‘입장’은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는 의미인 반면, ‘눈치’는 ‘정치 공학적인 고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혁신위가 당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이유는, 현재 민주당의 혁신위원 대부분이 정치적 경험이 일천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재명 대표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혁신위를 만들고 위원장을 ‘모셔온’ 것이 이재명 대표 자신인데, 그런 혁신위가 유명무실하게 됐으니, 자신의 리더십 문제가 또 한 번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혁신위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데 실패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 부담이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에 당력을 집중하기 때문에, 혁신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 대표에게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혁신위의 성공은 곧 이재명 대표의 입지 강화를 의미하는데, 현재로서는 혁신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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