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찾고 싶은 양구가 되기를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 길재’

이색·정몽주와 함께 고려의 삼은으로 불리우는 길재 선생이 고려 도읍지를 돌아보며 망국의 한을 읊조린 시조입니다. 어깨를 부딪치며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 장터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고, 젊디젊은 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로 변해버린 고향 풍경은 ‘인걸은 간데없는 지경’입니다. 농어촌 인구소멸은 특정 지역만이 아닌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숙제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강원 내륙 양구에 살며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입니다. 그러기에 이런저런 인연으로 교회와 연을 맺게 되는 이들에게 양구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하려고 혼신을 다하는 중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몇해 전 양구에 대한 뉴스가 보도됐을 때, 양구에서 군 복무 했다는 한 청년의 댓글에 마음이 아렸기 때문입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 그러나 양구에 비하리” 최전방 지역인 두 지역을 비하하면서 군인들에게 지나친 바가지를 씌우는 일부 상술을 꼬집은 내용이었습니다. 댓글에 대한 많은 이들의 공감에 현지 주민으로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7·8월은 휴가철입니다. 청춘 양구를 찾은 관광객들이 그 선택에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몫은 주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한다면 양구 땅은 당신들의 천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복음광고 문구를 “따뜻한 관심으로 휴가철에 지역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양구’를 만들어 가십시다”로 정했습니다. 양구 땅을 밟은 이들의 마음에 서운함이나 후회가 없도록,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지역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도형 양구 국토정중앙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