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견제, 손발 안 맞는 중·러 [최유식의 온차이나]
러시아 “게르마늄 생산량 늘리겠다” 김 빼...중 “등에 칼 꽂나” “믿을 수 없는 파트너”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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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와 해관(세관)총서가 7월3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방안을 전격 발표했죠.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하려면 국무원(정부) 허가를 받으라는 겁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와 태양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군사용 레이더 등의 제조에 쓰이는 희귀 금속 자원이죠.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생산대국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었지만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반격으로 보여요. 세 국가는 모두 중국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이 조치를 내놓자마자 러시아가 김을 빼버렸어요. 국유 방산기업인 로스텍(Rostec)이 7월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비해 내수용 게르마늄 생산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겁니다. 명목은 내수용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중국이 빠진 국제시장을 러시아산으로 채우겠다는 뜻이에요. 중국 내에서는 “등에 칼을 꽂는 행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게르마늄, 미국이 중국보다 매장량 많아
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OLED, 태양전지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재료죠. 군사용 레이더 등을 만들 때도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 광섬유와 적외선 카메라 렌즈 소재 등으로 이용된다고 해요.
2021년 기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은 430톤이었는데, 중국이 420톤을 생산했습니다. 게르마늄 생산량은 140톤이었고, 중국은 이 중 95톤을 차지했어요.
갈륨과 게르마늄은 중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희토류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적잖은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중국이 싼값에 생산해 국제 시장에 공급하다 보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거죠.
게르마늄만 해도 세계 최대 가채매장량을 가진 나라는 미국입니다. 전체 8600톤 중 3870톤(45%)을 갖고 있죠. 중국은 3520톤(41%)으로 2위, 러시아가 860톤(10%)으로 3위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게르마늄을 자체적으로 채굴하지 않고 중국산을 수입해 쓴다고 해요.
갈륨은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나오는 부산물인데, 중국 외에도 일본과 러시아, 우리나라 등이 고순도 갈륨 생산국으로 꼽힙니다.
◇가격 밀린 러시아, 시장 회복 노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의 세계적인 생산 대국이 된 건 가격 경쟁력 때문이에요. 자체적으로 채굴해 생산하는 것보다 중국산을 수입하는 게 싸다 보니 갖다 쓰는 겁니다.
러시아는 로스텍 산하에 있는 슈바베 홀딩스라는 자회사가 게르마늄을 생산한다고 해요. 연간 20톤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데, 지금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에 밀려 가동률이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한다면 생산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로스텍은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또 알루미늄 생산기업인 루살(Rusal)이 연간 6톤가량의 갈륨을 생산한다고 해요.
러시아는 갈륨과 게르마늄 증산에 국내 수요 증가에 대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산 수입이 어려워지는 만큼 그만큼을 더 생산하겠다는 거죠.
이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둘러대는 말”이라는 분석입니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대량 소비할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거의 없는 러시아가 무슨 국내 시장이 있느냐는 거죠. 결국 그동안 가격 경쟁력에 밀려 줄여온 생산 물량을 다시 늘려 중국이 없는 국제시장을 차지하려는 꿍꿍이라는 겁니다.
◇“대중 의존도 낮출 좋은 기회”
슈바베가 생산할 수 있는 연간 20톤의 게르마늄은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하는 수준이라고 해요. 게다가 슈바베는 과거에도 미국, 독일, 스위스 기업과 직접 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호기롭게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선언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희토류 수출 통제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그동안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생산을 중단했던 캐나다, 러시아, 독일 등이 생산에 가세하면 수출 통제의 위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단기적으로 국제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없진 않겠지만, 공급망을 다양하게 만들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출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스콧 린시컴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주오국 정부와 기업의 재고량이 충분해 수출 통제 정책은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계 각지에 매장량이 많아 결과적으로 중국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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