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AI시대⑤] 보이스피싱 막는 '만능 재주꾼'…은행권에 스며든 AI
AI로 고객 응대·투자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미래 금융산업 지형 근본적인 변화 기대
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권은 한국경제의 AI시대 전환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섹터 가운데 하나다. 비대면·디지털화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더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은 AI를 '초기 단계'로 챗봇, 상품 추천, 신용평가·여신심사, 이상거래탐지 등에서 활용 중이지만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생산성 혁신을 이끄는 주요 기술로 활용해 미래 금융산업의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금융 분야 AI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발행한 '금융 AI 시장 전망과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6000억 원에서 5년 후인 2026년 3조2000억 원으로 433%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챗봇·AI 뱅커로 업무 효율화 극대화
은행권에서 AI 기술 적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은 AI를 통해 상담해주는 '챗봇' 서비스다. 전통 은행업에서는 고객이 은행 지점을 방문해 금융 업무를 봤다.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지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상담원과 전화로 연결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현재는 긴 기다림 없이 원하는 내용을 바로 안내받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을 꾀하면서 은행권이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1대 1 고객 상담원을 심어놨기 때문이다. 바로 '챗봇'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AI 챗봇은 고객이 문의한 내용을 AI가 분석해 답변해 주는 인공지능 서비스로, 스타뱅킹을 통해 대기 없이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특히 AI 챗봇 이용률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는 지난해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AI 챗봇 문의량(64%)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고객 문의 중 전화 문의량(36%)을 앞섰다.
챗봇의 정답률도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 후 품질 고도화를 통해 정답률 9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AU는 지난해 말 기준 120만 명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챗봇은 간단한 대출 상담도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고도화 추진으로 안심전환대출의 상담·신청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하나은행의 하이챗봇은 대화 시나리오·지식 데이터 확장을 위해 자체 개발한 NLP(자연어처리기술) 엔진을 적용해 챗봇의 상담 기능을 강화했다. 하이챗봇은 AI 성능 고도화, 대화 시나리오·데이터 확장, 다른 채널로의 연계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AI 챗봇은 2017년 '위비봇'으로 시작해 고도화를 추진, 같은 해 12월 AI챗봇으로 리뉴얼했다. 고객의 단순 문의 해결, 고객정보 기반으로 맞춤형 답변을 내놓는 등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은행권은 챗봇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AI뱅커'까지 선보이고 있다. AI뱅커는 상품 소개뿐 아니라 금융시장, 환율 전망 등 다양한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안내 서비스 기기 'AI 컨시어지'를 서울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에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AI뱅커와 함께 바다를 건너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 'AI 컨시어지'를 소개했다. 'AI 컨시어지'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능통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AI뱅커'를 도입했다. AI뱅커는 모바일앱 '하나원큐'를 통해 금융시장, 환율 전망 등 다양한 금융정보를 브리핑해 준다. 특히, 딥러닝 기반으로 구현돼 말하는 입 모양, 제스처, 표정 등이 실제 은행원이 설명해 주는 듯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황보현우 하나은행 데이터&제휴투자본부 본부장은 "대고객 업무 채널이 점차 비대면으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채널에서의 차별화된 손님 경험 제공이 중요해졌다"면서 "대출심사,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활용 중인 하나은행은 모바일 AI뱅커를 통해 비대면 채널에서의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모바일 앱 내에 'AI뱅커'를 조만간 심을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제공한 AI금융비서 서비스는 중단했으며, 스타뱅킹 앱 내에 챗봇과 연계하는 금융비서를 연내 도입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AI 금융언어모델을 구현하고 이를 WON뱅킹 내 챗봇에 연계해 은행 업무가 가능한 고객 업무처리 서비스 AI 뱅커를 구현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 언어모델과 음성인식(STT), 자연어처리(NLP), 영상합성을 결합해 향후 대면채널로 순차 확대 적용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패턴·추세 분석이 가능한 AI인 만큼 은행권은 고객의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AI 기반 시장분석 시스템 '딥센싱'을 내부 자산관리시스템과 연계해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딥센싱의 지난해 지수 하락 예측률은 78.8% 수준으로 일반 투자 전문가 전망보다 30% 이상 높았다. 하나은행도 AI 자산관리 서비스인 '하이로보'를 통해 고객별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는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있다.
◆ "꼼짝마" AI로 잡아내는 금융사고…고객 자산 지킨다
AI는 업무 효율화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의 소중한 자산 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다. 은행권은 보이스피싱, 대규모 횡령 사고, 이상 외환 거래,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시간 대응도 중요하지만 인적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업무를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 AI 활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이미 2019년부터 AI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 불완전판매 적발 시스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AI사업부에 별도의 초거대 AI팀을 꾸려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와 수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한 차세대 AI로,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하고 창작의 영역까지 확장해 인간과 AI가 자연어를 바탕으로 소통할 생성형 AI"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3월 자금세탁방지 고객 리스크 판단 모형을 개발했다. 자금세탁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디지털 기반 위험평가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ML 모형을 활용하여 고객의 자금세탁 위험을 판단하는 모형을 개발했다. 이는 고객의 다양한 과거 거래 패턴을 바탕으로 ML 모형을 통해 정기적(월별)으로 고객 위험등급자금세탁 위험도(등급)가 높은 고객을 선별해 차별화된 내부통제 절차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은행권은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방지 시스템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체 보이스피싱 방지 시스템인 'AI 이상행동 탐지 ATM'에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기능을 추가 업그레이드했다. 'AI 이상행동탐지 ATM'은 은행권 최초로 고객행동분석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거래 유형을 학습하고 관련 데이터들을 분석해 고객이 선글라스·모자를 착용하고 있거나 통화하면서 출금·이체를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 이를 탐지해 고객에게 주의 문구를 안내하고 본인인증 등 추가 절차를 요구하는 ATM이다.
위험거래 패턴을 탐지하면 1차로 주의 문구 안내, 본인인증 등을 이행하고 이와 동시에 '안티-피싱 스마트 3.0' 플랫폼에서 대면·비대면을 포함한 모든 거래채널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AI를 통해 보이스피싱 관련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모니터링 담당 직원이 추가로 내용을 확인·검증하고 신속하게 거래 제한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 신한은행은 안티-피싱 시스템으로 2021년 이후 고객 1만415명의 재산 1143억 원을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지켰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 보이스피싱 앱 탐지 기능을 탑재했다. 앱에 로그인하면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통해 보이스피싱 앱 설치 여부를 찾아낸다. 보이스피싱 앱이 발견되면 거래가 자동 정지된다. 이를 통해 즉시 송금이나 창구 현금 인출을 차단하고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AI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해 탐지율을 34.3%까지 높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AI모델 재학습 파이프라인'을 통한 AI의 자동 학습으로 최근 더 교묘해지고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즉각 대응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KB국민은행은 최근 1년간 총 8620좌, 634억 원의 피해를 예방했다.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보이스피싱 신종 사기 유형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보이스피싱에 대한 직원 교육과 고객 홍보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AI 기술 접목이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신상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융권의 AI 기술이 고도하되고 있는 추세"라며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등을 판단 내리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확실한 것은 소비자의 권위를 보호하고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나아가야 한다"며 "기존에 있던 금융서비스를 더 큰 가치로 변환시켜 주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된 부작용은 최소화면서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은 AI 기술을 여러 가지 부문에서 활용을 시작하는 단계"고 평가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지고 있고,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용평가라든가 이상 거래탐지 시스템, 리스크 관리 등 부분에서는 활용이 잘 되고 있다"면서도 "마케팅 등 비즈니스 모델로는 개발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들의 AI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AI 연계를 통한 비즈니스화가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다. 소비자를 감동하게 할 만한 AI를 이용한 서비스는 아직 많이 부족한 만큼 앞으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쪽이 더욱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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