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라이스의 이별 편지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웨스트햄의 '심장'이 떠났다.
웨스트햄 유스를 거쳐 2017년 웨스트햄 1군에 데뷔했다. 그리고 웨스트햄 '원 클럽 맨'으로 보낸 7년. 총 245경기에 출전했고, 15골을 넣었다. 유스 시절까지 합치면 총 10년을 웨스트햄의 품 안에서 살았다. 웨스트햄 에이스이자, 중원의 핵 그리고 캡틴. 데클란 라이스다.
라이스가 웨스트햄을 떠나 아스널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통한의 준우승에 그친 아스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급 미드필더가 필요했고, 라이스의 손을 잡았다.
라이스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의 이적료가 그 가치를 증명한다. 무려 1억 500만 파운드(1750억원). 영국 선수 역대 이적료 1위. EPL 클럽 간 이적료 역대 1위 신기록을 작성했다.
라이스의 웨스트햄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체코 프라하의 포르투나 아레나에서 열린 피오렌티나와 결승. 웨스트햄은 2-1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10년 '원 클럽 맨' 라이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트로피. 그렇게 웨스트햄의 심장은 팀에 의미가 깊은 마지막 선물을 안기고 떠났다.
라이스는 웨스트햄에 대한 애정이 큰 것으로 유명했다. 10년이라는 세월. 모든 것을 걸고 뛴 팀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지지해준 팬들이 있는 팀이었다. 그냥 떠날 수 없었다. 떠나더라도 그들에 대한 감사함은 전했어야 했다.
그래서 라이스는 웨스트햄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예우를 표현했다. 아스널 이적이 확정된 그날. 라이스는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그 진심을 편지로 전했다. 이별 편지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마지막 편지다. 그는 SNS에 이렇게 남겼다.
믿을 수 없는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 끝나다니 이 역시 믿을 수 없습니다.
웨스트햄은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웨스트햄과 작별 인사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프라하에서 믿을 수 없는 뜨거움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한 사람으로서, 또 축구 선수로서, 또 주장으로서 많이 성장했습니다.
제가 주장 완장을 찬 그날부터, 저는 열정과 웨스트햄 소속이라는 자긍심 외에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주장으로서, 유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전달한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웨스트햄 팬들과의 관계, 저와 제 가족들에게 전부였습니다. 제가 웨스트햄에 처음 도착한 그날부터 당신들은 지금처럼 저를 대해줬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웨스트햄의 모든 감독님들, 코치님들, 스태프들, 직원들, 팀 동료들. 덕분에 웨스트햄이 얼마나 특별한 클럽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날들, 그리고 놀라운 추억들. 감사합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데클란 라이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스널]-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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